메뉴 바로가기본문 바로가기
  • 검색

상세검색

디렉토리검색
검색어
시기
-
옛 도성의 만월대에 올라 술을 마시다
금난수가 부임한 제릉은 옛 도성, 송도에서 가까웠다. 고려의 궁궐터인 만월대는 옛 나라의 쓸쓸한 자취를 느낄 수 있는 송도의 명물 중 하나였다. 금난수는 7월 15일에 제릉에 백중날 제사를 지내고는 곧바로 다음날 만월대를 보러 갔다. 저잣거리는 백중을 맞아 제사를 지낸 뒤 음복주를 마셔 취한 사람들과 춤을 추는 사람들로 들썩이고 있었다. 금난수 역시 이런 날 조용히 있을 수 없었다. 금난수와 함께 술병을 차고 만월대에 온 사람은 파주향교의 교수 김현도(金玄度)와 하굉량(河宏量)이었다.

만월대는 고려 궁궐의 높이 쌓은 대를 말하는 것이었는데, 이미 금난수가 방문했을 때만 하더라도 고려 궁궐 중 남아 있는 것이 없고 무너진 계단과 부스러진 섬돌이 널려 있을 뿐이어서 각 전각의 이름은 알 수가 없었다. 그리하여 ‘만월대’를 궁궐 전역을 통틀어 칭하는 말로 사용하였다. 만월대 동편에는 고려 왕들이 용 모양의 배를 띄우고 놀기도 하고 과거시험을 치르기도 하던 동지(東池)라는 연못이 있었는데 이미 논이 되어 있었다.

이들은 만월대 건덕전 터인 높은 곳에 올라앉아 송도의 경치를 내려다보며 술잔을 주거니 받거니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이곳에는 소나무 숲이 만들어져 있어 술을 마시기에 좋았다. 술도 떨어지고, 날이 저물 듯하여 일단 자리는 파하였지만 아무래도 그냥 돌아가서 잠을 자기엔 흥이 남아 있었다. 그리하여 금난수는 불콰해진 얼굴로 개성 유수부에 들어가 개성유수를 만나 인사와 환담을 나누었다. 유수는 다음번에는 강화도에 가 보라며 금난수에게 추천해 주었다. 풍류를 좋아하는 금난수는 유수 덕에 바로 다음번 유람을 손쉽게 계획할 수 있었다.

닫기
닫기
관련목록
시기 동일시기 이야기소재 장소 출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