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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과 부처와 귀신의 힘을 모두 모은 기우제
7년째 농사철마다 사람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마음을 졸여야 했다. 비가 충분히 내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모판에 어린 벼를 심어 놓았다가 논에 물을 채운 뒤 옮겨 심는 이앙법(移秧法) 역시 충분한 양의 물과 수리시설이 필요한 농법이었다. 올해 역시 매우 가물어서 여름이 되어도 비가 온 날이 5~6일에 지나지 않았다. 또 비가 온다 해도 흙을 충분히 적실 정도의 양이 아니었기 때문에 황폐한 땅에서도 잘 자란다는 콩 모종마저 말라죽을 정도였다. 논의 벼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안 오는 비를 사람의 힘으로 내리게 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그저 손가락을 빨며 하늘만 쳐다보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래서 국왕 이하 모든 백성은 가뭄이 든 이래 7년간 매년 기우제를 지내왔다. 기우제를 지낸다고 반드시 비가 오는 것은 아니었지만 적어도 비를 바라는 사람들의 마음을 어느 정도 풀어주는 효과는 있었다. 올해 역시 기우제가 거행되었다. 수령은 선산 근처의 큰 산인 금오산(金烏山)에 승려와 무당, 소경까지 모두 불러 모아 기우제를 지냈다고 한다. 하늘과 산신, 부처, 그리고 귀신에게까지. 빌 수 있는 대상에게는 모두 빈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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