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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파일에 삭주성 전체에 등을 밝히다
비록 나라에서는 불교를 억제하고자 하기는 하였으나, 여전히 왕실이든 사대부든 개인 차원에서는 신앙을 이어나가고 있었다. 복을 염원하는 일을 어떻게 억지로 막을 수 있었겠는가. 부처에게든 귀신에게든 빌어서라도 바라는 일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것이 자연스러운 사람의 마음이었기에 초파일이 되면 사람들은 고을마다 어김없이 등을 달아 장식하곤 했다.
노상추도 큰 등 하나를 만들어서 관농정(觀農亭) 주변에 열 자[杖] 길이의 나무 장대를 세워서 달았다. 이 등에 담은 노상추의 바람은 원자궁(元子宮)께서 장수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비밀리에 자신의 개인적인 소망을 하나쯤 더 빌었을지도 모르지만 누구에게도 말하지는 않았다. 노상추는 풍악을 앞세우고 읍양당(揖讓堂)에서 성 모퉁이를 돌아 남문에 도착하여 망일루(望日樓)에 올라앉았다. 그리고 포 3발을 쏘고 천아성(天鵝聲) 나팔을 불었다. 그러자 성의 안팎에서 일제히 등을 달았다.
초파일 밤에 성 안팎에 등불의 빛이 휘황하니 노상추도 절로 뛸 듯 기뻤다. 그리고 이번에 새로 무과에 급제한 서덕겸(徐德謙)·서유화(徐有華) 부자가 노래 부르는 창부(倡夫)를 앞세우고 성 주위를 돌아 동문루(東門樓)에 이르렀다. 밝은 등과 함께 성내에 음악 소리가 가득하니 축제 분위기였다. 이들은 함께 음악을 듣자고 노상추를 청해 불렀다. 밤이 깊도록 음악이 울려 퍼지고, 등은 부드럽게 어둠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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