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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치집의 복과 재앙
1700년대를 전후로 하여 조선에는 민간에서 전해지는 말이 있었다. 그것은 “집의 남쪽에 까치집이 있으면 벼슬에 나아가거나 재물을 얻거나 과거에 급제하지만, 까치집이 집의 북쪽에 있으면 재앙이 있다”는 것이었다.

한양 땅의 고즈넉한 마을에 대갓집이 있었다. 이 집은 재상의 집이었다. 재상은 고민이 있었다. 바로 집의 북쪽에 까치집이 있었던 것이다. 재상은 혹 무슨 일이 생길까 까치집을 볼 때마다 늘 마음 한편이 걸렸다. 혹 국정에 무슨 실수가 있었는지, 건강에는 문제가 없는지 늘 걱정거리였다.

그런데 재상의 집 바로 뒤에는 계급이 아주 낮은 무관이 살고 있었다. 무관의 집에서 보면 까치집은 바로 정남쪽에 위치해 있었다. 재상은 자신의 힘과 지위라면 아무 거리낌 없이 까치집을 부술 수 있지만, 다만 구설에 오를까 하여 이마져도 하고 있지 못하였다. 할 수 없이 재상은 뒷집에 사는 무관을 자신의 집으로 초청했다. 재상을 무관을 집의 정자에 불러 술상을 차렸다. 재상은 무관에게 술을 한 잔 권하며 말을 했다.

“자네 집 바로 앞에 있는 까치집을 아는가?”

“대청에서 늘 보이거늘 아다 뿐이겠습니까.”

무관은 아무렇지 않은 듯 말하였다. 재상은 할 수 없이 무관을 부른 까닭을 이야기했다.

“자네. 세간에 전하는 말을 들었는가?”

“무슨 이야기를 말입니까?”

“아, 까치집이 집의 남쪽에 있으면 경사가 있지만, 집의 북쪽이 있으면 재앙이 있다는 그 말 말이네.”

“아, 예. 알고는 있습지요.”

“내 까치집을 없애려 생각을 해 보았지만, 자네에게 그것이 길한 징조라 없애기가 매우 찜찜하네.”

그러자 무관이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였다.

“없애시지요.”

재상은 한편으로 자신이 의도했던 답이지만, 한편으로 과연 이 말이 무관의 진심인지 의심스러웠다. 그래서 물었다.

“세상에서는 남쪽의 까치집이 길한 징조라는데, 자네는 내게 없애라 하면서도 꺼리는 기색이 없으니 어째서인가?”

무관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하였다.

“제가 대감 집의 뒤에 산 지 어언 30년째입니다. 위세가 등등하다는 대감도 앞집에 살고계시고, 길하다는 까치둥지도 앞에 있습니다. 그러나 제가 지금껏 한 급수도 승진하지 못했는데, 까치집의 길함을 믿을 수 있겠습니까! 그러니 없애십시오.”

무관은 계속 말을 하려 하였으나, 재상이 말을 끊으며 말하였다.

“그만하시게. 내 잘 알았으이.”

다음 날 무관에게는 벼슬 한 자리가 내려갔고, 까치집도 헐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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