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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 전에 설날 제사를 지내다
1733년 12월 30일, 한 해가 마무리되어 가는 날이었다. 권상일은 제사에 대한 그만의 생각에 잠겨 있었다. 그는 진작부터 자세를 다만
치재(致齋)
에 정성을 들이느냐 그렇지 않은가를 여길 뿐이라고 생각했다. 특히 그는 주자가 말한 정성이 있으면 제사를 받들 귀신이 있고, 정성이 없으면 제사를 받들 귀신이 없다는 말을 되뇌었다.
아무리 제사상을 마련하고 절을 올린다 한들 그 속에 정성이 들어가 있지 않다면 과연 내가 누구에게 제사를 하고 있는가를 반문했던 것이다.
그러나 설날 아침에는 주자의 말씀을 따를 수 없었다. 설날 제사의 성공 여부는 선현의 가르침을 공경하는 것과 귀신의
흠향(歆饗)
여부에 달려 있었지만, 새해 첫날이다 보니 여러 사람들이 인사하느라 방문할 것이 불 보듯 뻔하기 때문에 그러한 공경의 자세가 나올 수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주자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고 한다. ‘관직이 있는 사람은
섣달 그믐
에 제사를 지낸다’라고.
그도 관직에 있었으므로 자연히 인사 왕래가 잦을 수밖에 없었으며 또한
세주(歲酒)
라고 하여 설술을 마셔야 했으므로 당연히 제사하는 그 마음을 흐트러지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그도 또한 주자의 말씀을 결국 따르기로 했다.
12월 30일 한 해의 마지막 날, 정월 초하루 제사를 지내고 설날 아침에는 다만 떡과 탕을 마련하여 제사를 지내기로. 그리고 그것이 그의 마음에 아주 온당하면서도 어찌할 수 없는 당연한 처사로 여겼다. 주자가 그랬던 것처럼.
개요
배경이야기
원문정보
멀티미디어
관련이야기
출전 :
청대일기(淸臺日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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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권상일(權相一 )
주제 : 향촌사회
시기 : 1733-12-30 ~
동일시기이야기소재
장소 : 경상북도 상주시
일기분류 : 사행일기
인물 : 권상일
참고자료링크 :
승정원일기
조선왕조실록
◆ 12월 30일에 지내는 설날 차례
오늘날 설날 제사는 설날 당일 아침에 진행한다. 그러나 조선시대에는 이와는 조금 다른 풍습을 지니고 있었다. 몇 가지 이유에서 설날 전날인 12월 30일에 제사를 지내기도 하였다. 첫째는 권상일의 경우에서처럼 본인이 관원일 경우에는 주위에서 친지들이 많이 찾아오므로 설날 당일 제사를 경건하게 지내지 못하는 조건이 발생하게 된다. 조선시대 제사를 상당히 엄숙하게 지냈으므로 제사를 준비하는 과정도 상당히 엄격하였다. 그러나 제사 당일 손님이 수시로 드나들게 되면 그러한 정성이 흐트러질 염려가 있으므로 되도록 정성을 다할 수 있는 한가한 날인 설날 전날에 제사를 지내게 된 것이다. 그것은 주자도 똑같이 인정하는 경우이기 때문에 섣달 그믐에 설날 제사를 지내는 경우가 많았다.
둘째는 설날 당일이 인일(寅日)일 경우에는 제사를 꺼려서 전날 지낸다고 한다. 권상일이 일기를 작성하던 12월 30일의 새해인 1734년 1월 1일도 인일이었다. 그래서 권상일은 더더욱 전날 제사를 지내지 않을 수 없었다. 인일에 제사를 꺼리는 것은 관원뿐만 아니라 조선 각처에서 모두 일어난 일이라고 한다.
◆ 원문 번역
계축년(1733, 영조 9) 12월 30일 가묘에 제사를 지냈으니, 설날이 인일(寅日)이기 때문이다. 듣자하니 각처에서 다 그렇게 하였다고 한다. 나는 진작부터 제사는 다만 치재(致齋)에 정성을 들이느냐 들이지 않느냐를 귀하게 여길 뿐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주자(朱子)는 말하기를, “정성이 있으면 (제사를 받을) 귀신이 있고, 정성이 없으면 (제사를 받을) 귀신이 없다.” 하였다. 또 선현의 여러 가르침을 공경하는 것과 귀신의 흠향 여부도 여기에 달려 있는데, 설날 아침에 제사를 지내는 것은 매양 인사를 닦을 일 때문에 어지러우므로 정성을 드릴 수가 없다. 주부자(朱夫子)는 생각하기를, ‘관직이 있는 사람은 섣달그믐에 제사를 지낸다’고 하였지만, 다만 관직이 있는 사람뿐만 아니라 한 집안이 여러 곳에 살다 보면 자연히 왕래하며 세배를 하게 되고, 그에 따라 세주(歲酒 : 설술)를 마시게 되어 정성을 기울이는 마음은 이미 흐트러지게 되므로 규례를 정하여 정월초하루 제사[正朝祭祀]는 섣달그믐에 지내고, 설날은 아침 일찍 떡과 탕을 마련하여 차례를 지내게 하고자 하였던 것이다. 이것은 아주 온당한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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