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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장한 무덤을 파서 옮기게 하다

1739년 8월 5일, 권상일이 관직을 마치고 고향에 돌아온 후 신경 써야 할 일은 한둘이 아니었다. 지역 서원의 인사 문제에도 일일이 관여하고 있었으며, 지역 인사의 부고 소식이 전해지면 가문을 찾아가 일일이 뵙는 것도 노령의 권상일에게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그 어떠한 문제보다도 자기 집안의 대소사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대처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권상일은 아침밥을 먹은 뒤에 바로 소지(所志)를 올렸다. 이어서 권상일 문중의 모든 사람들이 관청에 들어가 아뢰고, 또한 배자(牌旨)를 내어 소송의 상대편이었던 황야(黃埜)라는 자를 잡아오자마자 일제히 나아가 심문하여 보름날 전에 무덤을 파서 옮기겠다는 진술을 받아내었다. 그리고 황야는 곧 관청에 하옥되었다.
일이 이 지경에까지 이르자 문중 사람들의 분이 조금은 풀리는 듯했다. 이미 여러 해 전에 황야라는 자가 문중의 묘소에 몰래 투장(偸葬)을 한 일이 있었는데, 그는 관청에서 투장한 묘를 당장 이장하라는 명령을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이장하지 않고 버티고 있었던 것이다. 결국 문중에서 직접 황야를 잡아 확답을 받고 나서야 일이 풀릴 기미가 보인 것이다. 황야가 감옥에서 풀려난 것은 그의 종이 무덤을 파간 다음에 땅을 고르고 원 상태로 되돌린 뒤였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황야가 또 다시 버티고 있을지 모를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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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전 : 청대일기(淸臺日記) 전체이야기보기
저자 : 권상일(權相一 )
주제 : 투장
시기 : 1739-08-05 ~ 1739-08-19 동일시기이야기소재
장소 : 경상북도 문경시
일기분류 : 사행일기
인물 : 권상일
참고자료링크 : 승정원일기 조선왕조실록

◆ 투장(偸葬)

조선시대 소송 관련 사건 중에서 가장 많은 내용을 차지한 것은 단연 산송(山訟)이었다. 산송은 말 그대로 산과 관련된 소송으로, 현대적 개념에서 산의 소유와 관련된 문제라기보다는 산에 묘지를 쓰는 문제와 관련된 내용을 산송이라고 한다. 자신이 쓴 산소 주변에 다른 사람의 산소가 들어설 경우 산소의 경관과 관련된 소송 문제가 제기될 수밖에 없었다. 산소의 위치 하나하나가 풍수지리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 당시의 상례였으므로, 어느 하나가 문제가 되면 소송에 들어가 판단할 수밖에 없었다.
산송 중에서도 많은 내용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투장(偸葬)이었다. 투장은 다른 사람의 산소 주위에 몰래 자신의 산소를 쓰는 것을 말한다. 투장이 발견되면 대개는 관청에 고소하여 투장한 자가 다시 묘를 파가도록 조처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이를 무시하고 버티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그럴 경우 문제를 제기한 당사자가 직접 일을 처리해야 하였다.
투장의 당사자가 평민일 경우에는 양반의 권위를 통해 해결할 수 있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관의 힘을 빌릴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피의자가 된 투장자를 직접 잡아 관청에 데리고 가거나 다른 힘 있는 관직자의 직위를 이용하여 투장 문제를 해결하거나 하였다.

◆ 원문 이미지

◆ 원문 정보

初五日. 朝後呈所志, 門中諸人入白官家, 發牌推捉訟隻黃埜而來, 卽齊進推閱, 以望前掘移捧招, 且囚禁黃埜, 少快衆憤. 時適急雨, 沾濕衣冠而出. 韶川淨源棘人從叔來. 午後再[和]自韶川, 歸路歷訪, 卽向臥龍村, 客裏逢別, [情]甚觖悵. 夕後哀叔與汝容往台庄.

◆ 원문 번역

1739년
8월 5일
아침밥을 먹은 뒤에 소지(所志 : 소장)를 올리고 문중의 모든 사람이 관가에 들어가 사뢰어 배자를 내어 소송의 상대편 황야(黃埜)를 잡아온 즉시 일제히 나아가 심문하여 보름 전에 무덤을 파서 옮기겠다는 진술을 받아내고, 또 황야를 가두었으니, 뭇 사람의 분이 조금은 풀렸다. 이때 마침 소나기가 쏟아져 의관이 젖은 채 나왔다. 소천(韶川)의 상주[棘人] 정원(淨源) 종숙이 오셨다. 오후에 재화(再和)가 소천에서 돌아오는 길에 찾아왔다가 곧바로 와룡촌(臥龍村)으로 향하였다. 객중에 만났다가 헤어지니, 심정이 너무 서운하고 슬프다. 저녁밥을 먹은 뒤에 상주인 정원 종숙은 여용(汝容)과 함께 태장(台庄)으로 가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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