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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래 벗들의 술자리 약속, 아내의 잔소리로 불참하다
1606년 6월 20일, 오후에 김령은 평보 형과 같이 탁청정에 들렀다가 마침내 이지네 집에 갔다. 이지가 술을 따르고 자개·명보·이실도 술병을 들고 왔다.
이지·명보·이유 또래들이 근시재에서 책문을 지으면서 이날 모여서 회포를 풀기로 전에 약속했다.
그러나 이유(以由)는 마누라의 잔소리에 눌려 나오지 못했다.
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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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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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전 :
계암일록(溪巖日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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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김령(金坽)
주제 : 가족, 아내, 술
시기 : 1606-06-20 ~
동일시기이야기소재
장소 : 경상북도 안동시
일기분류 : 생활일기
인물 : 김령, 이지, 자개, 명보, 이실, 이유
참고자료링크 :
조선왕조실록
한국역대인물 종합정보 김령
◆ 조선시대 부부간의 관계 -『미암일기』
16세기는 한국 가족사에 있어서 매우 주목되는 시기다. 이 무렵에는 조선시대의 전형, 나아가서는 한국 가부장제 가족의 전형으로 여겨지고 있는 유교적 틀 속에 갇힌 가족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16세기의 양반들은 혼인하면 처가에서 거주하고, 그 결과 자식은 외가(外家)에서 성장했다. 혼인 후에 친정에서 자식을 키우며 살던 딸들이 친정 제사를 지내고 외손자가 제사를 물려받는 것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졌다. 유교적 통념과는 다른 이런 가족의 생활모습은 유희춘의 『미암일기』에서 잘 나타난다.
유희춘의 아내는 홍주 송씨(洪州宋氏)로 흔히 송덕봉(宋德峯)으로 불렸는데, 덕봉은 그의 호(號)이다. 양반가문의 여성은 이름이 알려진 경우가 거의 없고 성씨로 불리는 것이 일반적이었으며, 호나 당호 등으로 불리기도 했다. 송덕봉·신사임당·허난설현·임윤지당 등 유명 여성들을 떠올려보면 쉽게 알 수 있다. 혼인 후 아들·딸 남매를 낳고 남편을 내조하며 살았던 송씨는 『덕봉집(德峯集)』이라는 시문집(詩文集)을 남길 정도로 문학에 조예가 깊었다. 따라서 송씨의 역할은 아내로서의 내조 차원에 머물지 않고, 시문을 서로 교환하거나 학문적 조언을 해 주는 학문적 동지관계를 유지했다. 뿐만 아니라 말년인 1576년 11월의 일기 중에는 선계(先戒)를 시로 지었더니 송씨 부인이 "시를 짓는 법은 직설적으로 작문하듯 해서는 안 된다"고 솔직한 평을 했다는 기록도 있다. 결국 유희춘은 부인의 조언을 듣고 깜짝 놀라 아내의 의견대로 시를 다시 지었다는 것이다.
『미암일기』에 나타난 부부관계는 진정한 동반자 관계이다. 문학과 독서활동, 장기 등 취미와 여가생활을 공유하는 부부. 현대사회의 관점에서 봐도 매우 이상적인 부부로 보인다. 그들은 17세기 이후 가부장제 윤리가 정착하면서 아내의 역할이 철저히 남편에 대한 내조에 국한되는 시기의 부부와는 매우 다른 생활모습을 보여주었다. 18~19세기의 일기들에서는 여성이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여성은 혼인·사망·질병 등의 기사에만 잠깐 등장할 뿐 일년치 일기를 다 읽어도 과연 일기의 주인공에게 아내가 있는지 분별하기 어려울 정도이다. 시장에 가거나 친척집에 문상(問喪) 가는 일까지 모두 남성의 역할이었고, 여성의 역할은 철저히 집안 내부의 일로 국한되었다. 식민지기를 거치고 한국전쟁을 치루면서 여성들이 생계활동에 뛰어들기 전까지는 아마 그랬을 것이다.
아내의 역할이 남편의 보조자에 국한되지 않고 제목소리를 낼 수 있었던 16세기라는 시기적 특성에다, 문학적 재능을 소유한 아내, 아내와 독서와 여가활동을 공유한 미암의 가정적인 성격이 어우러져 동반자 관계의 부부생활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이들에게는 오랜 기간의 이별이나, 첩·기생과의 접촉 때문에 생기는 갈등을 뛰어넘을 수 있는 정신적인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었던 것이다.
◆
원문 이미지
◆ 원문 번역
병오년(1606, 선조39) 6월 20일 맑음. 오후에 평보 형과 같이 탁청정에 들렀다가 마침내 이지네 집에 갔다. 이지가 술을 따르고 자개·명보·이실도 술병을 들고 왔다. 대개 이지·명보·이유 또래들이 근시재에서 책문을 지으면서 이날 모여서 회포를 풀기로 약속했는데, 이유(以由)는 마누라의 잔소리에 눌려 나오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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