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전 : 계암일록(溪巖日錄) 전체이야기보기
저자 : 김령(金坽)
주제 : 조세 부담
시기 : 1617-08-02 ~ 동일시기이야기소재
장소 : 경상북도 안동시, 경상북도 봉화군, 경상북도 영주시
일기분류 : 생활일기
인물 : 김령, 한덕원, 예안성주
참고자료링크 :    웹진 담談 15호 조선왕조실록  한국역대인물 종합정보 김령

◆ 조선시대 국가 공사비의 조달과 민폐

1) 재원 부족과 공사비 부담요인 조선 전기에 그런대로 안정상태를 유지해왔던 국가재정이 임진란을 겪으면서 급격히 악화되어 갔다. 전세수입의 감소와 경비팽창으로 인한 재정악화는 중앙재정과 지방재정 모두에서 진행되었다. 조선 후기의 만성적인 재정난 속에서 이루어지는 관영건축공사도 공사재원의 극심한 부족을 겪어야 했다. 이에 따라 공명첩의 발행에 의한 매관매직을 통해서까지 재원을 마련하기도 하고, 때로는 공사규모를 축소하거나 정역(停役)하는 사례도 있었다. 한 예로 창경궁수리공사(1633)는 상당 부분 인경궁 등의 철훼 재목을 이용한 이건이었음에도 우의정은 창경궁의 수리를 반대하였다. 병조와 호조 등의 재원이 이미 고갈되었고, 그 밖의 관아 등도 재력이 바닥났으며 백성들의 원성은 날로 심해진다는 이유였다. 당시의 재정상황을 여실히 보여주는 내용이다. 한편 조선 전기에 공납이나 부역에 의존하여 별도의 재원이 필요 없던 영건공사도, 조선 후기에 접어들어 대동법의 시행과 함께 자재는 대개 무역을 통해 이루어지고, 공장이나 모군 등의 인력은 임금고용을 통해 동원하는 형태로 바뀌었다. 이와 같이 인건비와 자재비가 추가로 부담됨에 따라서 각종 관영건축공사에서도 재원을 추가로 마련해야만 하였다. 조선 후기 관영건축공사에서 공사비는 크게 인건비와 자재비, 운반비와 기타 잡비로 구분해 볼 수 있다. 인건비는 공장이나 모군, 담군을 비롯하여, 사무조직원 등에게 지급되는 급료를 통틀어 지칭한다. 자재비는 각종 자재를 조달하는데 드는 비용이다. 산지 외도 복정과 같이 지방으로부터 자재를 조달할 경우 조달비용을 해당 도가 중앙에 해마다 바쳐야 할 세금에서 회감하는 공납과 유사한 방식을 취하므로 일단 이를 자재비에 포함시키지 않을 수 있고, 또한 공저의 비축물량을 조달하는 경우도 자재비에서 제외할 수 있을 것이다. 운반비는 공사현장에 필요한 각종 자재를 운반하는 과정에서 사용된 비용이 될 것이다. 기타 잡비는 호궤, 의례(儀禮), 시상(施賞), 의료(醫療), 도로수치(道路修治), 식목(植木) 등에 소요된 경비가 이에 해당된다. 2) 재원확보노력과 조달출처 조선 후기의 극도로 악화된 재정여건 하에서 그나마 인건비나 자재비 등이 공사비 추가부담요인으로 작용하면서 관영건축공사의 추진을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 조선 후기 관영공사의 추진을 위한 재원은 이를 마련하는 일이 쉽지 않았던 만큼 그 출처도 다양했지만, 대개 호조와 병조가 이를 마련하는 것이 상례였다. 『창경궁수리도감의궤』에는 공사비 중에서 절대비중을 차지하는 인건비와 자재비에 충당할 재원은 호조와 병조가 마련하는 것이 원칙이라 하였다. 다만 여기서 부족할 경우는 다른 경사와 지방의 재원으로 확대했던 것이다. 호조가 1차적인 재원출처가 된 것은 관영건축공사가 부정기적으로 추진되는 공사이므로 국가의 정기적인 세입예산인 공안이나, 일종의 경상비세출예산표인 횡간을 근거로 하지 않고 국가재정을 통할하는 관서였던 점에서, 그리고 병조의 경우는 임란 이후 오영제를 주축으로 하는 일련의 군제개혁으로 군역의 포납제가 보편화되면서 재원 조달처가 된 것이다. 특히 인건비의 경우 호조의 요미(料米)와 병조의 가포(價布)가 주요 재원이었다. 이와 함께 선혜청도 대동법 시행 이후 공납이나 부역이 물납세화되면서 대동세의 납세처였던 관계로 공사재원의 주요 조달처가 되었다. 다만 공사규모가 크거나 이러한 재원 조달처로부터의 재원만으로는 부족한 경우는 중앙 각사나 지방의 재원까지도 동원되었다.

◆ 원문 이미지

◆ 원문 번역

  정사년(1617, 광해군9) 8월 2일 맑음. 밥을 먹은 뒤에 김․이 두 상사가 들렀다. 조도사(調度使) 한덕원(韓德遠)의 명령으로 철물을 모아들이는데, 예안현은 일 천 근이 할당되었다. 관차(官差)가 들이닥쳐 윽박지르기를 불같이 하니, 모두 농기구로 채워 내어 마을이 어수선하여 백성들이 편하게 살아 갈 수가 없다. 한덕원이 세 도를 겸하여 모든 시세(市稅) 및 어염(魚塩)․무녀(巫女)․거사(居士)․부역[身徭]등 잡스런 재리(財利)를 모두 관장하였다. 조정에서 인왕산(仁王山) 새 궁궐을 짓는데 필요한 철물을 한덕원에게 징발하라고 한 것이다. 우리 도에 할당된 일 만근은 마땅히 매입해야 하는데, 때론 형편에 맞게 지역에 따라 조달하는 것이 그의 맡은 직임이다. 그런데도 각 고을에 차등해서 할당하여 백성들에게 침책(侵責)하니, 조정을 속여 벼슬과 상 받기를 바라는 것이다. 이런 놈들은 참으로 상공(桑孔)의 죄인이다. 또 각 읍에 할당한 것도 매우 고르지 못하다. 안동은 삼천 근인데, 그렇다면 우리 고을은 마땅히 수백 근에 지나지 않아야 하는데도 일천 근이나 할당하였으니, 이는 무슨 사리인가? 안동에서는 그것도 많다고 하여 정문(呈文)하여 반을 깎았는데, 우리 현에서는 그리하지 않고 오직 상부의 명령을 준수할 줄 만 알고 백성들의 삶이 어려운 것은 생각할 겨를이 없다. 성주의 청렴하고 근신하는 다스림은 참으로 귀하지만, 맥없고 겁 많은 버릇은 또한 그의 흠이다. 이웃 고을의 사정을 들어보니, 영천(榮川)에서는 이런 명령을 아직 모르고 있고, 예천에서는 비록 부과되기는 하였으나 그 수가 매우 적으며, 봉화는 예안과 형제와 같이 비슷한 고을인데도 수백 근이 할당되었고, 그것도 모두 늦추고 재촉하지 않는다는데, 이 읍은 기간을 정해놓고 거두어들이면서 가혹하고 급하게 하기를 올봄 세금 걷을 때처럼 하니 탄식하고 탄식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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