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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나라 새 황제에 대하여 묻다
1723년 10월 10일, 황정은 요동에 있었다. 사행의 임무를 모두 마치고 조선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오늘은 신요동이란 곳에 도착하여 유숙하였는데, 추운 날씨에 객사의 온돌이 따뜻하지 않아 민가를 찾아 유숙하였다.
그런데 민가의 주인은 정치에 대한 관심이 매우 많은 사람이었다. 역관을 통해서 이번에 새로 등극한 황제가 새로운 정치를 시행하면서 내리는 여러 가지 명령이 그전 황제에 비하여 나은지 아닌지를 묻는 것이 아닌가. 사행단의 역관이 웃으면서 말했다.
“너희 나라 황제의 정치 시행에 관한 것인데 어찌 우리 조선 사람들에게 묻는가?”
그러자 주인이 대답하였다.
“당신들이 황제가 계신 북경에서 오신 길이시니 묻는 것입니다”
그러자 역관이 대답하였다.
“먼저 황제와 크게 다른 것이 없다”
그러자 주인이 말했다.
“어찌 그렇겠습니까. 새로 등극한 황제는 오직 은자(銀子)만 아끼고 좋아한다 합니다”
황정은 이 이야기를 잠자코 듣고 있었다. 비록 변방의 늙은이라고 하나, 새로운 황제에 대한 인상이 이러하니, 새로운 황제가 탐욕이 많고 어질지 않음을 미루어 알 수 있었다.
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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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이야기
출전 :
계묘연행록(癸卯燕行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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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황정(黃晸)
주제 : 새로운 황제
시기 : 1723-10-10 ~
동일시기이야기소재
장소 : 중국 북경시
일기분류 : 사행일기
인물 : 황정
참고자료링크 :
승정원일기
조선왕조실록
◆ 강희제에 이어 청나라 전성기를 이끈 황제 옹정제
이 이야기는 황정이 요동지역에서 숙박하면서, 집 주인이 새로운 황제에 대해 평하는 내용을 듣고 느낀 점을 술회하는 내용이다. 이야기에 등장하는 새로운 황제는 강희제의 아들인 옹정제(재위 1722~1735)를 지칭한다. 이야기 속에서 그는 은자만을 좋아하는 황제로 그려지고 있으나, 실상은 매우 정력적이고 업적이 많은 황제로, 강희제에 이어 청나라의 전성기를 이끈 유능한 군주였다. 그의 성은 성은 애신각라(愛新覺羅), 이름은 윤진(胤禛)이고, 묘호는 세종(世宗), 시호는 헌제(憲帝)이다. 재위 때 사용한 연호에 따라 보통 옹정제라고 부른다. 강희제(康熙帝)의 넷째 아들이다. 그의 재위 즈음에는 청나라 조정에서 붕당간 싸움이 극심하였는데, 재위하자마자 권신들을 숙청하고 독재권력을 확립하였다. 황제 측근에 군기처대신이란 관제를 신설하고 이 군기처가 내각을 대신하여 6부를 장악하고 행정을 이끌도록 하였다. 지방 백성들을 다스리는데 큰 관심을 기울여서 지방관과 직접 주접이라는 편지를 주고 받으며 정치의 실상을 직접 보고받았다. 이 편지를 모아 편집한 것이 바로 『옹정주비유지』란 책이다. 지방관리의 봉급을 크게 확충하고 학교 교육을 부흥시켰으며, 지방에 천민들의 호적을 제거하여 이들을 양민으로 만들었다. 또 대외적으로는 청나라에 반대하던 외부세력을 평정하였고, 러시아와는 카흐타조약을 맺어 현재 러시아-몽골간의 국경선을 정하였다. 이러한 옹정제의 정책은 청나라가 향후 전성기를 구가할 수 있는 기반이 되었고, 그의 아들 건륭제때에는 유례없는 융성한 제국을 구현할 수 있게 되었다.
◆ 원문 번역
1723년 10월 10일 맑음. 새벽에 길을 출발하여 30리를 가서 (爛泥堡)에서 조반을 먹고 다시 40리를 가서 신요동(新遼東)에 도착하였다. 이곳에도 차원이 있으나 근래 추운 날씨를 만나서 온돌이 차가워져 들어가 유숙할 만하지 않았다. 그래서 부득이 민가에서 유숙하였다. 그런데 주인이 일행의 역관을 통해서 이번에 등극한 황제가 새로운 정치를 시행하면서 내리는 여러 가지 명령이 먼저 황제에 비하여 나은지, 아닌 지를 물었다. 역관이 웃으며 대답하였다. '너희 나라 황제의 정치 시행에 관한 명령이거늘 어찌 알지 못하고서 나에게 묻는가?' 그 사람이 대답하였다. '당신들이 황제가 계신 서울에서 왔기 때문에 묻습니다.' 역관이 말하였다. '먼저 황제와 같다.' 그 사람이 말하였다. '어찌 그렇겠습니까. 새로 등극한 황제는 오직 은자(銀子)만을 좋아하고 아낀다고 합니다.' 그 나라 백성들이 이미 은자를 좋아한다고 지목하니 그 군주의 탐욕이 많고 어질지 않음을 미루어 알 수 있다. 이 날 70리를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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