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바로가기본문 바로가기
  • 검색

상세검색

디렉토리검색
검색어
시기
-
대운산 소나무를 떠올리며 사물의 무상함을 느끼다
심원열은 울산 지역의 군수로 부임해 있었다. 울산 서지란 곳에 섬이 있고, 연꽃이 좋다는 소리를 듣고 유람하러 갔으나 연못은 온데간데없었다. 그 지역 사람에게 물으니 과거에는 연꽃이 매우 번성해서 꽃이 피면 향기가 가득하고, 고을 태수를 비롯하여 사람들이 술을 들고 와 마시는 사람이 끊이질 않았다고 한다.

계축년에 흉년이 들었을 때 고을 사람들이 모두 연꽃 뿌리를 채취해서 삶아 먹고 떡을 해 먹고 하기 위해서 날마다 날마다 캐어가더니, 그 후로 수가 점점 줄고 결국엔 오늘날처럼 만발한 연꽃을 감상할 수 없게 되었노라 하였다.

심원열은 그 이야기를 듣고는 울산의 대운산 생각이 났다. 대운산은 소나무가 우거져 함부로 나무를 채취하지 못하도록 나라에서 금한 봉산 중 하나였다. 수목이 하늘을 찌를 듯하고 아름드리나무도 많아서 충청도의 안면도 못지않은 곳으로 유명하였다. 그런데 이곳 역시 병신년에 흉년이 들자 이웃 몇몇 고을의 백성들이 날마다 산으로 들어가 소나무 껍질을 벗겨 먹으며 목숨을 연명하였다.

이때부터 소나무들이 시름시름 말라죽어서는 현재는 남은 나무가 하나도 없게 되었다. 이 때문에 경상좌수영에서 서리를 보내어 소나무를 해치는 자들을 감독하게 하였지만, 모두 한낱 문구에 지나지 않아 실제로 시행되지 않았다. 민둥산이 되었음에도 봉산 지기란 자리는 여전히 남아 이름만 지키고 있었다.
사물의 영화로움과 쇠퇴함이 이처럼 순식간이며 부질없는 것이다. 서지의 연꽃이나 대운산의 소나무 모두 흉년이 빌미가 된 것이다. 이것은 사람의 힘으로 어찌할 수 있는 일이 아닌 것이다. 심원열은 서지에 드문드문 남아있는 볼품없는 몇 송이 연꽃을 바라보며 이러한 생각에 잠겼다.

닫기
닫기
관련목록
시기 동일시기 이야기소재 장소 출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