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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곡 할아버지의 이야기에서 꾸준함의 중요성을 배우다
1800년 12월 24일, 맑은 날씨였다. 오늘은 명동에 사는 백곡 할아버지가 류의목의 할아버지를 보러 왔다. 류의목이 인사를 올리자, 백곡 할아버지는 반가워하며 안부를 물었다. 그리곤 요즘 무슨 공부를 하고 있는지, 어떠한 책을 읽고 있는지 등등을 물으셨다. 류의목이 대답하자, 백곡 할아버지는 고개를 끄덕이며 웃으셨다. 그리곤 류의목에게 이러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모든 일을 할 때는 그치지 말고 꾸준히 해야 성취가 있는 법이니라. 예전 계미년에 온 고을에 천연두가 번진 일이 있었다. 내가 천연두를 피하여 정동으로 옮겨 갔는데, 그곳에는 내가 아는 사람도 없고, 마을을 터놓고 이야기할 벗도 하나 없었다. 하루 종일 책을 읽는 일 외에는 할 일이 없어 무료하였는데, 무엇인가라도 해 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지. 그래서 아는 사람에게 부탁하여 버들 수십 묶음을 얻어 새벽에 일어나 저물 때까지 자리를 짰다. 처음 해 보는 것이라 서툴기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는데, 3일이 되어서야 겨우 하나를 다 만들 수 있었지.

이후에 이와 같이 여러 번 반복하였다. 나중에는 제법 속도도 붙었지. 이리하여 꽤 많은 자리를 만들 수 있었는데, 마침 식량이 다 떨어지지 않았겠는가. 그래서 만든 자리를 장에 가서 내다 팔아서 쌀과 보리를 얻었는데, 이 식량이 꽤 많아서 천연두가 가시고 집으로 돌아갈 즈음에는 오히려 남는 것이 있을 정도였지.

또 그 마을에서는 여인들이 매일 밤마다 모여서 삼을 꼬는데, 내가 보니 밤새 일을 하고 다음날 아침에 삼을 꼬다 남은 자투리가 버려지고 빠진 것들이 꽤 많았다. 이리하여 내가 아침나절에 일어나서 버려지고 빠진 것들을 줍기를 여러 날 게을리하지 않았다. 돌아갈 무렵에 모은 양을 보니 열 묶음 정도가 되었는데, 이것을 가지고 베틀로 중포를 짜니 세 필이나 되었다. 일이란 모두 이와 같아서, 하루하루할 때는 그것이 별것 아닌 것 같지만, 꾸준히 해가다 보면 그 하루하루가 모여서 큰 것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이 이야기를 듣던 할아버지도 고개를 끄덕이며 ‘과연 그러하다’ 라고 감탄하셨다. 그리곤 류의목을 돌아보며 ‘이 이야기를 기록해 두어라’ 라고 말씀하셨다. 방으로 돌아온 류의목은 방금 들은 이야기를 적어 놓고 되새겼다. 새삼 공부에 대한 뜻을 다시 하게 된 계기가 된 듯하였다. 그리곤 언젠가 다시 읽어야 하겠노라 다짐하고 시작하지 못했던 『맹자』를 다시 펼쳐, 제일 첫머리인 양혜왕 편부터 다시 읽어나가기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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