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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양절 국화를 보며 가족을 생각하다
1592년 9월 9일, 밤중부터 큰 비가 내리다가 늦은 아침이 되어서야 개었다. 비온 뒤 깨끗한 하늘이 청명하였다. 오늘은 9월 9일 중양절로, 수유 열매를 머리에 꽂는다는 명절이었다. 서리바람이 날마다 불어오는 계절에 세상은 온통 단풍으로 붉게 물들어 있었다. 옛날 시에도 가을이 오면서 새로운 감회를 토로한 것들이 많았는데, 하물며 지금은 나라의 운수가 어려워 온갖 흉한 무기들이 나라에 가득하고, 몸은 호남 지역을 떠돌면서 가족들의 소식도 모르는 처지이니, 오희문의 감회야 오죽하겠는가! 늙으신 어머니와 처자들의 생사를 모르고 헤어져 있는데, 이들은 어디서 어떻게 떠돌아다니며 입에 풀칠이나 제대로 하고 있는지... 명절날 이러한 생각을 하니 슬픈 감회가 일었다.

국화 한 송이를 꺾어들면서 이런 생각을 하니 슬픈 눈물이 가득히 솟는다. 하늘이 도와 우리 늙은 어머니를 살려주시고, 내년 오늘에는 잔치를 마련해 놓고 각각 서로 고생했던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때는 오늘과 같은 기쁨이 있을 줄 생각도 못 했다’ 고 떠들 수 있으면 좋으련만. 만일 그럴 수 있다면, 정말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을 것이다. 꺾은 국화꽃에 어머니와 아내, 딸들의 얼굴이 겹쳐지는 것을 느끼며 오희문은 처연한 심정을 어찌할 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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