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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양절 국화를 보며 가족을 생각하다
1592년 9월 9일, 밤중부터 큰 비가 내리다가 늦은 아침이 되어서야 개었다. 비온 뒤 깨끗한 하늘이 청명하였다. 오늘은 9월 9일 중양절로, 수유 열매를 머리에 꽂는다는 명절이었다. 서리바람이 날마다 불어오는 계절에 세상은 온통 단풍으로 붉게 물들어 있었다. 옛날 시에도 가을이 오면서 새로운 감회를 토로한 것들이 많았는데, 하물며 지금은 나라의 운수가 어려워 온갖 흉한 무기들이 나라에 가득하고, 몸은 호남 지역을 떠돌면서 가족들의 소식도 모르는 처지이니, 오희문의 감회야 오죽하겠는가! 늙으신 어머니와 처자들의 생사를 모르고 헤어져 있는데, 이들은 어디서 어떻게 떠돌아다니며 입에 풀칠이나 제대로 하고 있는지... 명절날 이러한 생각을 하니 슬픈 감회가 일었다.
국화 한 송이를 꺾어들면서 이런 생각을 하니 슬픈 눈물이 가득히 솟는다. 하늘이 도와 우리 늙은 어머니를 살려주시고, 내년 오늘에는 잔치를 마련해 놓고 각각 서로 고생했던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때는 오늘과 같은 기쁨이 있을 줄 생각도 못 했다’ 고 떠들 수 있으면 좋으련만. 만일 그럴 수 있다면, 정말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을 것이다. 꺾은 국화꽃에 어머니와 아내, 딸들의 얼굴이 겹쳐지는 것을 느끼며 오희문은 처연한 심정을 어찌할 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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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전 :
쇄미록(𤨏尾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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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오희문(吳希文)
주제 : ( 미분류 )
시기 : 1592-09-09 ~
동일시기이야기소재
장소 : 전라북도 장수군
일기분류 : 전쟁일기
인물 : 오희문
참고자료링크 :
조선왕조실록
한국역대인물 종합정보 오희문
◆ 제비가 돌아가는 날, 중양절
이 이야기는 오희문이 9월 9일 중양절을 맞아 가족에 대한 그리움을 표현한 내용이다. 중양절은 본래 중국에서 기원한 명절이다. 동양에서 1,3,5,7,9와 같은 홀수는 양(陽), 2,4,6,8과 같은 짝수는 음(陰)의 수로 여겼다. 중양이란 월의 수와 일의 수가 모두 양의 수란 뜻을 가지는데 보통 양의 수 중에서도 가장 큰 9월 9일을 중양절, 혹은 중구라고 불렀다. 중은 ‘거듭’ ‘겹친다’의 의미를 가진다.
중양절에는 여러 가지 행사가 벌어지는데, 국가에서는 고려 이래로 정조(正朝), 단오(端午), 추석(秋夕)과 함께 임금이 참석하는 제사를 올렸고, 노인들을 대상으로 주최하는 연회인 기로연도 열렸다. 일반 사가에서도 제사를 지내거나 성묘를 하였다. 또 양(陽)이 가득한 날이라고 하여 수유 주머니를 차고 국화주를 마시며 높은 산에 올라가 모자를 떨어뜨리는 등고의 풍속이 있었고 국화를 감상하는 상국(賞菊), 장수(長壽)에 좋다는 국화주를 마시거나 혹은 술잔에 국화를 띄워 마시는 범국(泛菊), 양반들이 술을 마시면서 시를 짓는 시주(詩酒)의 행사를 가지기도 하였다.
그러나 일반 민가에서는 중양절보다는 추석이나 백중(7월 15일), 대보름 등 명절이 훨씬 성대하였다. 그 이유로는 중양절 시기가 벼 수확을 비롯한 여러 가지 농사일이 바쁜 시기였으므로, 이를 명절로 즐길 겨를이 없었기 때문이다. 민가에서는 3월 3일을 제비가 돌아오는 날, 9월 9일 중양절을 제비가 돌아가는 날로 여기기도 하였다. 한편 중양절에는 국화주와 국화전, 잘게 썬 배와 유자(柚子)와 석류(石榴)와 잣 등을 꿀물에 탄 화채(花菜)를 먹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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