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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집으로 이사하다
1593년 10월 2일, 오희문 일가는 다시금 집을 옮겼다. 이 집은 임천 고을에서 5리쯤 떨어진 서쪽 변두리 검암리란 곳에 있었다. 본래 집주인은 덕림이란 백성이었는데, 덕림은 이미 죽은 지가 오래이다. 그리하여 그 외손자인 김화동이 지금 집을 관리하고 있었는데, 그는 이웃에서 머물면서 이 집에 들어와 사는 것을 꺼려 하였다. 그 때문에 다른 사람이 세를 들어 산 지가 몇 년인데, 최근 집주인이 그 사람을 내보내고 오희문 일가에게 이 집을 빌려주었던 것이다.

어제 아들 윤해가 종 둘을 데리고 가서 새 집 청소를 하고, 창도 발라두었다. 또 나무를 헤다가 아궁이에 불을 때 두었다. 그런데 이 집은 좋지 않은 점이 네 가지가 있었는데, 오래도록 불을 때지 않은 방이어서 땔감 한두 다발로는 방이 여간해서 더워지지 않았다. 둘째는 나무할 곳이 몹시 멀어서 수시로 땔감을 해오기가 어렵다는 점이었다. 세 번째로는 우물이 너무 멀어서 물을 사용하기가 몹시 불편하였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는 굴뚝을 잘못 설치하였는지, 아궁이에 불을 때면 온 집안에 연기가 가득해서 눈을 뜨기가 어려울 지경이란 점이었다.

그렇지만 집의 모양이 제법 갖추어져 있고, 게다가 기와를 정갈히 올린 집이었기 때문에 집안 식구들이 모두 좋아하였다. 이리하여 몇 가지 단점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집을 알아보는 것을 포기하고 이 집에 머물기로 결정하였다. 게다가 집의 단점은 주로 온돌과 아궁이 때문이었는데, 근래 양식거리가 모두 떨어져서 밥 지을 일도 뜸하니, 이로 인해서 불평할 일도 많지 않았다. 밥 지을 양식이 없는 차에 아궁이와 온돌이 부실한 집에 들어왔으니, 불행 중 다행이라 해야 하는 것인가? 오희문은 이런 객쩍은 생각을 하며 저녁 끼니는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마음이 답답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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