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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사람과 부부싸움을 하다
1596년 10월 4일, 잠잠하던 딸아이의 병세가 다시 악화되었다. 지난달 말경 큰 병을 앓고 겨우 일어났는데, 갑자기 바깥 출입을 조심성 없이 하더니 찬 바람에 감기가 겹쳐서 마침내 다시 아프게 된 것이었다. 스스로 자초한 낭패라 아니할 수 없었다. 오래 앓던 후라 원기가 탈진한 상태여서 큰 걱정이었다. 어젯밤도 밤새 진통을 하고 아침에도 일어나지 못하니 큰 걱정이었다.
이것도 걱정이었는데, 집사람 역시 종기가 아직 안쾌되지 않았다. 그런데 오늘 아침에는 집사람이 오희문에게 집안 일을 돌보지 않는다고 짜증을 내는 것이 아닌가. 딸아이의 병수발에 지칠대로 지쳤던 오희문 역시 그 말에 그만 버럭 화를 내고 말았다. 이리하여 아침나절 한참 옥신각신 언쟁을 벌였다. 그렇게 다투고 나니 환갑이 넘은 나이에 부부싸움을 벌인 것이 머쓱해 졌다. 한심한 일이었다.
다투고 난 이후 돌아보니, 집안에 땔나무가 하나도 없어서 울타리 밑을 긁어모아 쓰고 있었다. 그리고 딸아이가 병석에서 오이지를 찾는다고 하던데, 그것 역시 구할 방법이 없었다. 그나마 친구 유선민이 마침 오이지 1항아리를 보내 주어 딸아이에게 먹일 수 있었다. 타고난 성품이 무능하여 가족들의 생활을 돌보지 못하니, 오희문은 자책감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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