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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노가 함흥에서 꿀을 팔아오다
1599년 11월 26일, 오늘 오희문은 서울에서 평강 집으로 돌아왔다. 보름 정도를 서울에서 머물렀는데, 이번 왕래에는 심한 추위를 만나 고생을 했다. 그러나 일행 모두 무사히 돌아왔으니 다행한 일이었다.
집에 와서 들으니 덕노가 지난 보름날 돌아왔다고 한다. 얼마 전 함흥에서 높은 가격으로 꿀을 사들인다는 말을 듣고 오희문은 덕노를 시켜 꿀을 팔아오도록 시켰던 것이다. 마침 지난해 양봉으로 꿀을 좀 모았던 오희문은 꿀을 팔아 가산에 보탬이 될 생각으로 기대가 컸었다.
덕노의 이야기를 들으니 함흥통판인 정효성이 감관을 시켜서 꿀의 양을 잰 다음 받는데, 6두라고 가져간 꿀이 거기서 재어보니 겨우 5두 3홉이었다고 한다. 값으로 주는 포목은 종들로 하여금 직접 골라서 가게 하였다고 한다. 그런데 그 값이 난리 이후로 3필씩 줄어서 꿀 1두에 7필로 쳐준다고 하였다. 듣기에는 1두에 10필씩이라 하였는데, 그 사이 값이 많이 내려간 것이었다. 이리하여 덕노가 가져온 포목은 모두 37필에 불과하였다. 60필의 꿈이 하루아침에 반 토막이 난 것이었다.
거기다가 가져온 포목은 모두 삼승포로 매우 거칠고 나빠서 쓰기가 어려운 것이었다. 게다가 1필도 모두 온전한 것들이 아니고 3, 4곳씩 끊어진 것을 이어놓은 것이었다. 또 척수가 짧아서 본래 35척이어야 할 길이가 30척도 되지 않는 것이었다. 이것으로 제대로 된 정목포로 바꾸려면 3필을 주어도 1필 반을 살 수가 없는 지경이었다.
이와 같이 심한 추위에 사람과 말이 왕복하느라 괴로움을 겪었는데, 1년 동안 살아갈 계획이 헛것이 되어 버리니 허탈하기 그지없었다. 차라리 서울의 상인들에게 바꾸었다면 이보다는 후하게 값을 받았을 것이었다. 이것으로 내년에 서울에 가서 생활할 계획을 세웠던 것이 도리어 본전까지 잃어 달리 어찌할 방법이 없으니, 이 또한 운명인가 싶었다. 이제 와서 한탄하면 무엇 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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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전 :
쇄미록(𤨏尾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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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오희문(吳希文)
주제 : ( 미분류 )
시기 : 1599-11-26
동일시기이야기소재
장소 : 강원도 평강군
일기분류 : 전쟁일기
인물 : 오희문
참고자료링크 :
조선왕조실록
한국역대인물 종합정보 오희문
◆ 16세기 면포의 가격
이 이야기는 오희문이 비상시에 양식구매를 위해 사두었던 포목 값이 너무 떨어져, 양식을 구하는데 애를 먹게 되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조선시대 포화(布貨)는 쌀과 더불어 가장 중요한 결제수단이었는데, 쌀을 비롯한 각종 양곡과 포화 가격은 서로 반비례하여 연동하였다. 즉 쌀이 흔한 추수철에는 포목 값이 상대적으로 높았고, 반대로 쌀이 귀한 경우에는 포목 값이 낮았다. 오희문이 살던 16세기 후반의 포화가격은 얼마인지 구체적으로 파악하기 어려우나, 흉년이 들 당시 면포 1필 값에 대한 자료는 여럿 남아 있다. 주로 흉년의 경우 쌀 1말에 미치지 못하는 가격이 대부분이었고, 다소 상황이 나은 경우에도 3두 이하의 가격으로 거래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반면 평년이나 풍년의 경우는 매우 제한적인 자료만이 남아 있는데, 평년이던 중종 25년의 경우 전라도에서 거친 벼 5-6두로 면포 1필을 살 수 있었으며, 풍년이던 중종 20년 함경도에서는 면포 1필이 거친 벼 4-5석에 해당하는 가격이었다고 한다. 다만 이 거친 벼를 도정할 경우 양이 대폭적으로 줄어드는 것을 감안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평상시 면포 1필 가격은 대략 쌀 5-6두 수준이라 생각되지만, 흉년 등 양식을 구하기 어려운 때에는 쌀 1두도 구하지 못하는 가격으로 전락했음을 알 수 있다. 다만 이 이야기에서는 교환물이 보리이고, 또 포목이 몇 필인지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파악하기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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