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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꿀로 겨울양식을 마련할 계획이 틀어지다
1600년 9월 15일, 어제 저녁부터 비가 내리더니 밤새 그치지 않고 아침에도 개지 않았다. 비 내린 밭에 펴놓은 조를 미쳐 거두어 묶지도 못했는데 이처럼 비가 내리니 걱정이었다. 콩과 팥도 역시 다 수확하지 못했는데, 집안에 성인 종이 없어서 아직 타작하여 거두지 못하고 있었다. 고향집으로 이사할 날자가 박두하고 있는데, 모든 일이 계획대로 되지 않으니 오희문은 속이 타들어갔다. 최근에는 걱정으로 밤잠을 설치고, 스스로를 원망하며 탄식하는 날들이 많아졌다.

저녁에는 벌통 2개에서 꿀을 수확하였는데, 모두 꽉 차지 않아서 겨우 1말하고 9되 밖에 나지 않았다. 밀랍은 겨우 2근이었다. 본래 오희문은 벌통에 꿀을 수확하여 이를 팔아다가 겨울을 날 양식을 살 계획이었는데, 겨우 이정도 거두었으니 겨울 양식을 온전히 해결하는 것은 어렵게 되었다. 이제 와서 탄식한 들 무엇 하겠는가.

다만 벌통에 꿀만 따고 벌들은 그대로 두었으니, 아마 오래지 않아 벌들도 굶어죽게 될 것이다. 비록 벌을 치는 사람들에게는 언제나 있는 일이지만, 어진 사람으로서는 차마 할 일이 못되는 것이었다. 그러나 목구멍이 포도청이라고 오희문 역시 어느덧 상인들이 하는 일을 쫓아 이런 옳지 못한 일을 하고 있으니, 사람의 욕심을 막기 어렵다는 것을 알겠다. 양식을 마련하고자 하는 욕심은 다 채우지도 못하고, 살아있는 벌들에게 양식을 뺏는 민망한 일만 저질렀으니, 오희문은 벌통을 따고 난 이후 마음이 개운하지 못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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