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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사람들과 작별의 정을 나누다
1601년 2월 20일, 오희문은 이사 날짜를 오는 22일로 잡았다. 전란이 발발하고 전라도로, 충청도로, 강원도로 떠돌아 산지 10년째. 이제 다시 고향집으로 돌아가 터를 잡을 생각이었던 것이다. 오희문이 이사한다는 소식이 평강 고을에 전해지자, 이웃의 사람들이 하나 둘씩 오희문을 찾아보고 작별 인사를 나누었다.

오늘은 최응진이 오희문을 보러 와서 작별인사를 하고 간장 등의 물건을 선물로 주고 갔다. 안협 고을에 사는 진선이 와서 꿩 2마리와 햇 파를 전해 주었다. 다만 집에 술이 없어서 전병으로 조촐하게 대접해서 보냈다.

한 가지 걱정은 손자 후아가 보름 경부터 이질을 앓아서 밤낮으로 설사를 하고 있었다. 또 계집종 막비도 어제부터 머리가 아프다기에 감기인줄 알았는데 오후부터는 몹시 심하게 앓고 있었다. 강비도 역시 전에 앓던 학질로 고생하고 있으니, 모레 무사히 출발할 수 있을지 걱정이었다.

오후에는 오희문 집에서 치던 벌통 3개를 이웃 사람들에게 모두 나누어 주었다. 김억수, 김언신, 그리고 오희문 집의 집주인인 억지 등에게 주었는데, 모두 감사해하며 내년 벌꿀을 따면 꼭 얼마간의 벌꿀을 보내주겠노라 약조를 하였다. 모두 순박한 사람들이고, 오희문이 머무는 동안 이들에게 많은 신세를 진지라 가벼운 마음으로 벌통을 넘겨주었다.

이로서 이 고을에서 해야 할 일들은 모두 마친 셈이다. 손자와 계집종들만 다소 차도가 보인다면 순탄하게 고향집으로 갈 수 있을 터였다. 오희문은 식구들이 어서 건강해지기를 빌며, 고향집으로 돌아가는 날을 손꼽아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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