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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를 묻고 돌아오다
1740년 7월 7일, 견우와 직녀가 만나는 칠석이라 그런가 새벽부터 많은 비가 내렸다. 부인동 동약소의 상여꾼들을 새벽부터 불러 날이 개기를 기다렸다가 발인할 계획이었다. 아침밥을 먹고 난 뒤 비가 개니, 상여꾼들이 모두 와서 발인하기를 청하였다. 발인을 보기 위해 최광석씨, 류상일, 이항좌 등 평소 최흥원과 깊이 교유하던 이들이 찾아왔다.

비가 개어 발인을 하려 하였으나 문제는 또 있었다. 새벽에 워낙 많은 비가 내린 탓에 강물이 불어났던 것이다. 사고가 날까 우려했던 진장이 아전과 사령 한 명을 보내와서 상여를 호송하도록 하였다. 진장의 배려가 무척 고마웠다.

강물이 잦아들기를 기다리니, 결국 하루를 넘길 무렵인 자시에 발인하였다. 부슬비가 다시 내리기 시작하여 상여가 비를 맞으며 장지로 이동하였다. 용암 마을에 당도하였는데, 구름과 안개가 자욱하게 끼고 비가 더욱 세차게 쏟아 붓는 것처럼 내려서 횃불이 꺼지기에 이르렀다. 사람과 상여가 서로 길을 잃어버릴 지경이어서 결국 인근 나무 밑에서 비를 피하며 날이 밝기를 기다렸다. 우여곡절 끝에 비가 그치고 날이 밝으니 겨우겨우 묘에 당도하였다.

묘에 당도한 시각이 이미 늦어서 서둘러 하관하였다. 살아서도 고생만 하더니, 죽어서 묻히는 날까지 날씨에 이토록 고생이라니. 최흥원은 땅 밑으로 내려가는 아내의 관을 바라보며 고달픈 아내의 일생이 생각나 콧잔등이 시큰해졌다. 이제 부디 편히 쉬시오. 최흥원은 마지막 인사를 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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