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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아우가 집에서 굿을 하다
1759년 5월 1일. 어머니께서 갑자기 등에 한기를 느끼는 증상이 있으셨는데, 며칠이 지나도록 깨끗이 낫지 않으셨다. 이 때문에 최흥원은 하루하루 애가 타고 두려운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오늘 아우들에게 편지가 왔는데, 거기 놀라운 소식이 적혀 있었다.
둘째 아우가 손자 복생의 병 때문에 마음이 흔들려서, 어제 무당인 계집종을 시켜 사악한 기운을 물리치는 굿을 집에서 했다고 한다. 이로 인해 집에서 머물던 일족 할아버지가 밖으로 나가 있으셨다고 하니, 어찌 유학자의 문하에서 있을 수 있는 일이겠는가! 몹시 통탄할 일이었다.
사실 둘째 아우는 손자 복생이 병에 걸릴 때부터 이미 제정신이 아니었다. 몇 해 전 아들 상진을 병으로 잃고 나서, 이 손자마저 잃게 되면 둘째 아우는 영영 대가 끊길 참이었다. 그래서인지 손자의 병에 좋다면 무엇이든 할 기세였고, 주변 사람들이 보기에도 실성한 것처럼 이리저리 뛰어다녔다. 본래 사람의 인명이야 사람의 노력만으로는 어떻게 되는 것이 아니거늘, 둘째 아우의 최근 행보는 주변 사람들이 보기에 안타까움을 자아내기에 충분하였다.
이리하여 최흥원을 비롯한 문중의 어른들도 둘째 아우에게 여러 번 이러한 이야기로 타일렀으나, 둘째 아우의 귀에는 들리지 않는 모양이었다. 그런데 급기야 집에서 굿까지 하다니……. 최흥원은 둘째 아우가 안타까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측은한 마음을 감추지 못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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