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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접(避接)
조선 후기 당시에는 전염병의 실체를 확인할 수 없었다. 그래서 사람이 병이 들어 약을 써도 효험이 없거나 병의 원인이 분명하지 않을 때, 살던 집을 피하여 다른 곳으로 옮겨 다녔는데 이를 가리켜 피접이라고 불렀다.
피접의 풍습은 도가에서 유래한 것으로 이것도 중국의 한나라를 거쳐 우리나라에 들어온 것이라고 전해진다. 『후한서』에 따르면 예맥 사람들은 병이 들면 옛 집을 버리고 새로 집을 지어 이사한다고 기록하고 있다. 중국의 한나라 안제도 태자가 병이 들어 유모 왕성의 집으로 피접을 갔다고 한다.
이러한 풍습은 조선시대 들어와서 성행하였다. 특히 왕실에서 피접을 가는 일이 많았다. 태조, 정종, 태종은 상왕으로 있을 때 병이 들자 다른 궁으로 옮겨서 병을 치료한 일이 있었고, 왕후나 비빈의 피접은 예사로운 일처럼 성행했다.
또한 대군과 군, 옹주들도 요양을 위해서 피접을 가는 일이 많았고 궁중이 여관(女官)들과 별감들이 조종하여 어느 쪽으로 가면 길하고 언제 가면 길하고 누구의 집으로 가면 길한지를 확인해 주기도 하였다. 기간은 보통 며칠에서 몇 개월이 되기도 하였다.

관련이야기 소재

병을 피해 또 다시 어머니 거처를 옮기다 테마스토리 이동

1759년 4월 6일. 맑은 날이었다. 오늘은 외할아버지의 기일이지만, 최흥원은 제사에 가서 참석하지 못하였다. 집안에 또다시 돌림병 환자가 발생한 것이었다. 환자의 증상이 아주 심했는데, 의원에게 확인하기도 전에 전염병 증상이 의심되어, 바로 어머니 거처를 옮겨야 할 판이었다. 최흥원이 이 사실을 어머니께 고하자, 어머니는 한숨을 쉬셨다. 최근 몇 년간 병환에다가, 때마다 돌림병을 피해 거처를 옮겨야 하셨으니 어머니께서도 지칠 만도 하셨다. 한참을 이야기를 듣던 어머니는 마침내 거처를 옮겼다. 어머니 물건을 챙겨서 길을 나서려 하는데, 마침 죽은 하회 누이가 부탁한 조카도 아픈 증상이 있었다. 이미 집안사람이 심하게 앓고 있으니 이 조카 역시 돌림병에 걸렸을지 모를 일이었다. 죽은 누이는 조카 두 명을 최흥원에게 부탁하였는데, 한 명은 얼마 전 병으로 세상을 떠났고 지금 이 조카 한 명만 살아있었다. 최흥원은 죽은 누이의 얼굴이 눈앞에 아른거렸으나 조카로 인해 어머니까지 위험하게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최흥원은 눈을 질끈 감고 조카는 집에 남겨둔 체 어머니만 모시고 길을 나섰다. 일행에 칠령 고개에 이르렀을 때쯤, 어머니께서는 어지럼증을 호소하셨다. 바쁘게 짐을 챙겨 나오느라 물 한 모금도 준비하지 못해, 어머니께서 물을 찾으시는데도 가져다 드릴 수가 없었다. 참으로 세상에 이런 불효자가 또 있을까. 최흥원은 자책감에 고개를 가로저었다. 저녁 무렵에 겨우 마련한 임시처소에 어머니께서 당도하셨고, 최흥원도 그제야 한숨을 돌렸다. 이번 돌림병은 또 얼마나 오래 가려나……. 최흥원은 피곤에 겨워 누우신 어머니를 바라보며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전염병을 피해 도망 다니다 테마스토리 이동

1618년 2월 25일, 평소 잘 찾아오지 않던 이즙이 장흥효를 찾아왔다. 그는 다른 일이 있어 그를 찾아온 것이 아니라 지나는 길에 들르게 된 것이다. 그래서 장흥효를 그가 왜 이곳에 왔는지 궁금해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가 온 것은 다음 아닌 전염병 때문이었다. 장흥효가 살던 당시에는 전염병이 너무 흔했다. 그가 살던 일생 동안에도 그가 사는 마을에 수차례 전염병이 마을을 휩쓸기도 했다. 어쩌면 당시의 삶 자체가 전염병과 더불어 살았다는 것이 더 정확한 설명일지도 몰랐다. 이즙이 살고 있던 마을에 전염병이 돌았다. 당시 전염병이 마을에 돌기 시작하면 별다른 대체 방법은 없었다. 도망 다니는 것이었다. 백신이 존재하지 않았던 조선후기에는 전염병의 존재조차 알 수 없었다. 지금의 기준으로 너무 쉽게 파악할 수 있는 병도 당시에는 너무 무서운 질병이 될 수 있었다. 그러므로 병이 발생했다는 말을 들으면 무조건 피하는 것이 상책이었다. 이즙도 마을에 병이 돌기 시작했다는 말을 듣고 집을 나와서 다른 마을로 피신하는 도중에 장흥효의 집에 들르게 되었다. 그는 장흥효에게 하직 인사를 드렸다. 도망 다니다 보면 언제 다시 찾아뵐지 몰랐기 때문이다. 짧게는 한 달이면 돌아올 수도 있지만 길어지면 수개월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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