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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전통 기록문화 창작 콘퍼런스 특집호

2024년 전통 기록문화 창작 콘퍼런스 &
공모전 10주년 홈커밍 데이


《2024년 전통 기록문화 창작 콘퍼런스》


한국국학진흥원 인문융합본부에서는 전통 기록문화를 소재로 한 창작 공모사업의 현황과 목적을 알아보고, 전통 기록문화가 K-콘텐츠를 이끌어 갈 방법과 비전을 모색하기 위해 《2024년 전통 기록문화 창작 콘퍼런스 : K-콘텐츠의 동력, 전통 기록문화의 미래를 이끄는 공모전들》을 진행하였다.

공모전을 주최하는 기관 측면에서 공모전의 현황과 미래에 관하여 김민옥 경성대학교 교수, 권경순 한국고전번역원 대외협력처장이 연사로 나섰으며, 경남대학교 장민지 교수와 이문영 파란미디어 편집주간이 전통 기록문화의 산업적 가치와 가능성을 확인하였다.

공모전에 멘토로서 참여한 강선주 영화&드라마 시나리오 작가, 정다빈 밤부네트워크 대표, 김범승 마인샷츠 대표가 본인의 경험담을 생생하게 전달한 세션은 참가자에게 많은 울림을 주었다. 본 기관에서 주최하는 공모전에서 오랫동안 멘토로 활동한 강선주 작가는 참가자의 열정과 노력에 배운 점이 더 많은 시간이었다며 10년간의 참가자 모두에게 박수를 보냈다. 정다빈 대표, 김범승 대표는 공모전 참가자에서 현재 자신의 회사를 이끄는 콘텐츠 기획자로 성장, 공모전이 지닌 힘과 의미를 재확인할 수 있게 해주었다.


《전통 기록문화 활용 대학생 콘텐츠 공모전 : 청춘, 스토리테마파크에서 놀자》 홈커밍


본 기관의 《전통 기록문화 활용 대학생 콘텐츠 공모전 : 청춘, 스토리테마파크에서 놀자》가 올해로 10주년을 맞이하였다. 이를 기념하고자 그간 공모전에 참가한 참가자와 멘토·기관 관계자를 초청한 홈커밍을 실시하였다.

우리 공모전은 최종 8팀을 선발한 이후로도 5~6개월의 교육과정을 진행한다. 바쁜 일상에서 공모전에 참여하는 친구들과 멘토님을 보며 담당자로서 생각했던 공모전의 장점이 어쩌면 저들에게는 부담일지도 모르겠다는 걱정이 있었다. 그렇기에 행사를 준비하며 과연 얼마나 많은 사람이 참가할지 가늠이 되지 않았다. 그러나 첫 공모전을 맡은 담당자의 미숙함을 놀리기라도 하듯이 정말 많은 분들이 참석하셨다.

덥고 습한 여름날. 그것도 황금 같은 토요일에 열린 홈커밍에 참석하여 우리에게 건넨 감사와 축하·응원을 본 순간, 공모전의 진정한 가치를 알게 되었다. 우리 공모전에는 사람이 있다. 서로의 노고와 배려에 감사할 줄 아는 사람, 함께한 시간을 소중하게 간직하는 사람, 그들의 존재야말로 우리 공모전의 진정한 의미였다. 이 자리를 빌어 10년간 함께 해준 모든 분들께 감사의 말을 전하며, 우정과 환대로 가득했던 홈커밍 참가자의 한 마디를 기록한다.




2024년 참가자



최지원(2024년 참가자)
재밌게 즐기다 가겠습니다. :)

최미영(2024년 참가자)
즐기고 갑니당. ♡

조수아(2024년 참가자)
기대티비

최나은(2024년 참가자)
10주년에 참가하게 되어 더 떨립니다. 파이팅

김지연(2024년 참가자)
천만 원은 제가 가져갑니다. 파이팅

이지원(2024년 참가자)
1등은 저희 팀이 할겁니다!

박소연(2024년 참가자)
오래오래 공모전이 지속되었으면 좋겠어요.

권세림(2024년 참가자)
대상! 나에게로. 소세지에게로!

최환성(2024년 참가자)
꼭 올해 1등 할게요!

김수빈(2024년 참가자)
목표는 대상^^ㅎㅎ

김은지(2024년 참가자)
생로병사의 비밀은 … 우승^^




2023년 참가자



박시현(2023년 참가자)
작년에 즐거웠던 기억이 되살아나는 것 같습니다! 이런 행사 개최하시느라 고생 많으세요!

배하은(2023년 참가자)
늘 즐거운 공모전 개최에 힘쓰시느라 고생이 많으세요. ㅎㅎ 파이팅입니다!

장경아(2023년 참가자)
화이팅!

황주원(2023년 참가자)
오랜만에 다시 뵈어서 반갑습니다.♡

안나혜(2023년 참가자)
스토리테마파크에 용한친구들의 등장이라. ^^

구세연(2023년 참가자)
명함 저 뽑아주세요.

송지우(2023년 참가자)
오랜만에 뵈어서 좋아요!

반유진(2023년 참가자)
10주년 축하드립니다. 앞으로도 오랫동안 공모전이 이어지기를 바랍니다! 파이팅!




2022년 참가자



이현(2022년 참가자)
2년 전의 기억이 떠올라서 감회가 새로워요. 응원합니다!

최선(2022년 참가자)
이렇게 네트워킹의 기회까지 주어져 감사합니다.

김민영(2022년 참가자)
오랜만에 다시 뵈어 설레요 :)

김혜나(2022년 참가자)
제게 소중한 공모전! ♡ 10주년 축하드립니다. 100주년 때 또 올게요.

김유진(2022년 참가자)
다시 불러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서영(2022년 참가자)
10주년 축하드립니다. 초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다인(2022년 참가자)
여러분들 모두… ‘지존’ 이십니다.

심효진(2022년 참가자)
축제팀 파이팅♡♡♡ 국학진흥원 최고!♡

임연서(2022년 참가자)
반갑습니다.




2021년 참가자



이현지(2021년 참가자)
역사와 대중을 이을 여러 고민의 흔적을 다시금 더듬어볼 수 있어 영광입니다.

홍지우(2021년 참가자)
앞으로도 승승장구하길 바랍니다. 파이팅!

지명주(2021년 참가자)
앞으로도 쭉쭉 뻗어나가서 홈커밍 자주 오고 싶어요. 소중했던 시간 다시 특별하게 맞이할 수 있어서 기분이 좋습니당.

이영빈(2021년 참가자)
전통 기록 문화 유산에 이렇게 관심을 갖게 될 줄 몰랐어요. 땡큐.

김민정(2021년 참가자)
10주년 축하드립니다! 20주년까지 함께 해요~!

오신원(2021년 참가자)
벌써 10주년이라니 감회가 새롭고 오랜만에 기억하니 기분이 새로워요♡

이정빈(2021년 참가자)
다들 반갑습니다. 파이팅!

석정균(2021년 참가자)
10주년 축하드립니다. 이런 뜻깊은 자리 마련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김자영(2021년 참가자)
오랜만에 오니 감회가 새롭고 그때의 추억이 새록새록 나네요. 공모전 파이팅!!♡

신문선(2021년 참가자)
너무 기대돼요!!

유혜승(2021년 참가자)
좋은 기회 만들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10주년 축하드립니다^_^

양혜빈(2021년 참가자)
파이팅, 모두 수고하셨어요!

김가현(2021년 참가자)
떨려요…사람이 너무 많습니다. 하필 팀원과 좌석도 떨어졌어요…내 자신 파이팅!

유경서(2021년 참가자)
제 인생에 뜻 깊은 공모전 다시 만나서 반가워요!

윤유진(2021년 참가자)
승전고 울리러옴




2020년 참가자



김범승(2020년 참가자)
10주년이라니 감회가 새롭습니다. 앞으로도 많은 네트워크가 있길 바랍니다!

윤승민(2020년 참가자)
앞으로도 10년 20년 오래 갔으면 좋겠습니다.

박재은(2020년 참가자)
재밌게 즐기다 가겠습니다! :)

박상진(2020년 참가자)
파이팅! 항상 건강하고 행복하세요.

정성민(2020년 참가자)
번성하세요.

한초록(2020년 참가자)
10주년 축하드려요~

김혜민(2020년 참가자)
열심히 하세요^^

신용희(2020년 참가자)
10주년 정말 축하드립니다! 앞으로도 탄생할 많은 창작가들을 응원합니다!




2019년 참가자



임효진(2019년 참가자)
전통 기록문화 창작 공모전의 10주년이라는 뜻깊은 시간에 함께할 수 있어 영광입니다. 10년 뒤에도 이 자리에 올수 있길 :)

한혜정(2019년 참가자)
오랜만에 보는 사람들~

이채은(2019년 참가자)
스토리테마파크 파이팅!

육지혜(2019년 참가자)
오랜만에 추억을 되새길 수 있는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10주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2017년 참가자



이서형(2017년 참가자)
10주년 축하드립니다! 좋은 인연 맺을 수 있어 즐거웠습니다.

홍영주(2017년 참가자)
스토리테마파크 10주년 축하드립니다.~

임연주(2017년 참가자)
오랜만에 만나 뵈어서 반갑습니다!!

김혜진(2017년 참가자)
앞으로도 더 좋은 기획이 있으시길 바래요!

이소미(2017년 참가자)
전통문화 콘텐츠 계속 흥하기를~~




2016년 참가자



배준하(2016년 참가자)
감회가 새롭습니다. 네트워킹 기대돼요~

정예은(2016년 참가자)
초기 참가자로서 의미가 깊네요! 10주년 축하드리고 앞으로도 공모전에서 뜻깊은 작품들 많이 나오길 바랍니다!




멘토의 한 마디



박흥식(감독)
그 동안 이룬 것에 박수! 이룰 것에 축하!

강선주(작가)
감사

김범석(대표)
흔치 않은 공모전. 발전. 염원!





신경미, 이복순 (한국국학진흥원)
“집터의 길흉을 점치다”

점괘패 (출처: 국립민속박물관) 최흥원, 역중일기, 1764-02-14

1764년 2월 14일. 맑은 날이었다. 어머니는 환후가 심해지지 않았으나, 최근 들어 부쩍 음식 드시기를 싫어하시니, 애가 타고 두려운 마음을 어찌할 수가 없었다.

어제는 송도관이 최흥원을 찾아왔는데, 이 사람은 평소 점을 잘 치기로 유명한 사람이었다. 오늘 아침에는 송도관이 최흥원을 위하여 집터의 길흉을 점쳤는데, 관괘에서 비괘로 바뀌는 점괘를 얻었다. 이 점괘는 대단히 불길한 것으로, 그간 집안에 많았던 좋지 않은 일이 집터로 인해 일어난 것 같았다. 최흥원은 집터가 매우 불길하다는 말을 듣고는 거처를 옮겨야 하나 하는 고민까지 생기는 것이었다.

그리하여 동구에 있는 새 집터에 대한 점도 쳐 보았는데, 이 터에는 복괘가 진괘로 바뀌는 점괘였다. 꽤 길한 점괘라고 할 수 있었다. 본래 이곳에는 항진이가 새로 집을 지어 거처할 계획이었는데, 집터가 좋다고 하니 정말 다행이었다. 항진이는 얼마 전 진사시에도 합격하였는데, 아마 집터의 좋은 기운을 받으면 대과에도 급제할지 모를 일이었다.

아내의 묘도 불길하다고 하여 이장을 하였는데, 이제 집터마저 기운이 좋지 않다고 하니 최흥원은 어찌해야 할지 고민이었다. 아내, 형제, 아들……. 귀중한 혈육들이 이 집에서 몇 명이나 죽어 나갔는지 생각하면 당장이라도 새로운 집으로 이사를 하고 싶은 생각이었다. 그러나 큰일을 쉽게 결정할 수는 없는 법이고, 그럴만한 경제적인 여유도 없었다. 최흥원은 송도원의 점괘를 앞에 두고 깊은 고민에 빠졌다.

“과거를 꿰뚫어보는 맹인 점술가 ‘김여추’”

점괘표 (출처: 국립민속박물관) 권문해, 초간일기, 1594-03-09

1584년 3월, 권문해는 추운 겨울을 지나 어서 봄을 만나고 싶었다. 그러나 3월 9일, 바라본 소백산에는 겨울처럼 눈이 내려온 산이 다 하얗게 되었다. 더욱이 연일 서리가 내려 초목의 싹이 대부분 시들어 죽어가는 걸 보니 마음까지도 메마르는 듯하였다. 그러던 중 예천군 성주 류세무와 경상북도 선산부백(善山府伯) 류덕수(柳德粹)가 경상북도 의성군의 대곡사(大谷寺)에 만나기를 청하였다.

3월 14일, 권문해는 집을 나서 대곡사로 향했고 그곳에서 3일을 머무르며 류세무와 류덕수와 이야기를 나누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냈다.

3월 15일, 이야기 중 경상북도 선산군의 부백 류덕수에게 자신의 고을에 맹인 점쟁이 김여추(金汝秋)에 대해서 듣게 된다. 앞을 못 보는 맹인이지만 그 누굴 만나도 그가 살아온 과거를 귀신같이 맞춘다는 것이다. 권문해와 류세무는 명경수(明鏡數) 김여추의 이야기에 시간 가는 줄 몰랐다.

김여추의 이야기를 한참 듣던 류세무는 율시 한 수를 쓰는데,

화와 복은 다 이미 정해진 것 禍福皆前定
꽃 피고 시드는 것은 각기 때가 있다네 榮枯各有時
정원의 꽃은 일찍 떨어져 버리지만 花落園中早
산골짝 옆 소나무는 오래도록 산다네 松生澗畔遲
현묘한 이치 원래 수가 있는 것이니 玄機元有數
조물주가 어찌 사사로움을 용납하리오 造物豈容私
모름지기 반계(磻溪) 늙은이를 알아야 할거니 須識磻溪叟
끝내 임금의 스승이 되었네 終爲帝者師

대곡사에 모인 권문해와 류세무, 류덕수는 앞 못 보는 맹인 점쟁이 이야기를 통해 세상의 이치를 논하는 이야기로 밤새는 줄 몰랐다.

“자신의 수명을 점쳤던 점괘가 생각나다”

『점괘』 (출처 : 국립중앙박물관) 오희문, 쇄미록, 미상

1593년 3월, 해가 바뀌자마자 100여 일을 앓았던 오희문은 최근에야 밥을 먹고, 지팡이에 의지하여 운신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그 사이 사람들 사이에서는 오희문이 병으로 죽었단 소문도 돌았고, 이로 인해 아들에게는 위문편지가 날아오기도 하였다. 병이 너무나 심하여 오희문 스스로도 이제 곧 죽는구나 생각했던 순간들이 많았는데, 이제 이렇게 다시 살 수 있게 되니 감회가 새로웠다.

문득 15년 전의 일이 생각났다. 그때 오희문은 양지현 농촌에 머물고 있었는데, 죽산에 사는 맹인 김자순이란 자가 점을 잘 친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리하여 그를 불러다가 자신의 운명을 점치게 하였는데, 그때 김자순이 이렇게 이야기하였다. “나이 54세, 그러니까 임진년에 큰 횡액이 있고, 이것을 지나면 70살 넘게 살 수 있다” 그때 오희문은 재미 삼아 친 점이라 특별히 신뢰하지 않고 있었는데, 과연 임진년에 난리가 터져 거의 죽을 뻔하게 되었다. 비록 몸의 병은 해를 넘겨 생겼지만, 김자순이란 자가 이야기한 점괘와 신기하게 맞아떨어진 것이 아닌가! 오희문은 새삼 점쟁이 맹인의 신통함에 감탄하였다.

“딸이 죽은 지 백일이 되어 굿을 하다”

오희문, 쇄미록, 1597-05-11

1597년 5월 11일, 오늘은 딸 단아가 죽은지 백일이 되는 날이다. 집사람이 무당을 불러다 놓고, 이웃집에 자리를 차리고는 징과 북을 치면서 굿을 하였다. 아마 딸의 원혼을 달래려고 하는 모양이지만, 한갓 미신인 것을 어찌하겠는가. 오희문은 그것이 허사인줄을 알면서도 애통한 마음과 부인의 마음을 헤아려 그대로 허락하고 말았다. 어쩌면 저 굿은 딸아이가 아니라 집사람을 위한 것이리라.

무당이 한창 북과 징을 울려대며 푸닥거리를 하니, 옆에서 집 사람 역시 무당의 말을 듣고는 눈물을 줄줄 흘리며 통곡하였다. 그것을 바라보는 오희문 역시 애통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었다. 미신인줄이야 알지만, 무당이 딸아이의 목소리를 흉내내는 대목에서는 콧등이 시큰거려 도저히 듣고 있을 수가 없었다.

오희문 딸의 백일 기일이란 이야기를 듣고는 이 고을의 품관과 교생 등 15명 남짓 사람들이 술자리를 베풀고는 오희문과 아들 윤겸을 초청하여 위로의 자리를 가졌다. 비록 오희문은 얼마 전에 난 입병 때문에 술을 마실수가 없었으나, 그들의 호의는 무척 감사하였다. 이곳은 사람들의 품성도 순박한데, 음식도 사람들을 닮아서 모두 담백한 맛이었다. 이런 순박한 맛이야말로 선현들이 말한 후하고 아름다운 풍속이 아니었겠는가. 위로해 준 사람들은 모두 술에 취하여 저마다 시끄럽게 떠들고, 노래도 하고, 춤을 추기도 하였다. 맨 정신의 오희문은 자리에 앉아 살아있던 시절 딸의 얼굴을 떠올려 보았다.

“미신인줄 알면서도 기도를 올리다”

오희문, 쇄미록, 1597-01-16

1597년 1월 16일, 딸 단아의 증세가 날로 심각해져갔다. 지난 해 10월부터 병을 앓기 시작하더니, 해가 넘기고도 병세가 잦아들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게다가 오래도록 누워있고 씻지를 못하니 온 몸에 이가 끓고 피부병마저 앓게 되어 그 형상이 참혹하였다. 약을 써도 듣지를 않으니 답답한 노릇이었다. 단아의 병으로 피난 길에 오른지 한 달이 되었건만 아직 충청도 아산 고을에 머물러 있었다.

어떤 사람이 지나가는 말로 가르쳐주기를, 병자의 생기복덕일을 가려서 글 아는 중을 불러가지고 쌀 3되로 밥을 지어 세 그릇에 담고, 정화수 한 그릇에 백지 한 장으로 깃대 5개를 만들어 세운 이후, 징을 치고 경을 외우면서 빌면 자못 효험이 있다고 한다. 오희문은 듣는 순간 그것이 허망한 일인 줄은 알았지만, 딸아이의 병이 어떻게 해도 효험이 없자 이거라도 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이리하여 사람을 시켜 중을 불러다가 물었더니, 다행히 내일이 딸 단아의 생기일이라고 한다. 이에 들은 대로 준비해서 그 암자로 보내어 내일 새벽에 기도를 올리도록 하였다. 그리고 종 개질지를 시켜서 짐을 가지고 가도록 하고 아울러 등유 반종지도 함께 보냈다.

중의 이름은 인천이란 자였는데, 호남 출신의 중으로 이 암자에 머물고 있으면서, 이러한 기도로 일을 삼는다 하였다. 오희문은 영 믿음이 가지 않았으나,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기도가 효험이 있기를 빌었다.

“몇 자 되는 뱀을 때려죽이다”

오희문, 쇄미록, 1596-06-16

1596년 6월 16일, 오늘은 종일 음산하게 비가 내렸다. 말더듬이 계집종과 개금이, 그리고 품삭일꾼 두 명으로 하여금 어제 끝내지 못한 김매기를 시켰는데, 역시 오늘도 끝내지 못하였다. 밤에 창 앞에 누워 있는데, 처마 끝에서 잠자던 새들이 놀라 지저귀는 소리가 시끄러웠다. 이상한 생각에 올려다보니 뱀이 새집을 찾으며 처마에 걸려 있었다. 깜짝 놀란 오희문은 종 덕노를 시켜서 갈고리로 뱀을 걸어 내려서 때려죽였다.

뱀이 오희문 집에 나타난 것은 오늘이 처음이 아니었다. 지난 10일경 그날도 비가 내리는 날이었는데, 처마에서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가 들려 창문을 올려다보니 처마 끝에 뱀이 걸려 있었다. 그 뱀은 길이가 무려 몇 자나 되고 검붉은 반점 무늬가 있는 것으로 보아 독사가 분명하였다. 새집을 찾아서 새끼를 잡아먹기 위해서 지붕에 올라갔던 것이다. 만일 잡아 죽이지 않으면 필경 사람을 해칠 뻔했으므로, 뱀을 잡은 것을 다행스럽게 여겼던 터였다.

그런데 오늘 잡은 뱀을 보니 얼룩진 무늬가 먼젓번 죽였던 뱀과 똑같은 것이었다. 독이 있는 뱀이 이와 같이 자주 출몰하니 매우 두려운 마음이 들었다. 며칠 사이에 이와 같은 큰 뱀을 두 마리나 잡아 죽였으니, 혹 집안에 이상한 변고가 생기는 것은 아닌지.... 오희문은 마음에 꺼림칙한 생각이 들어 고개를 가로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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