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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 종 범정(凡丁)의 죽음
1584년 1월 17일, 밤 늙은 여종 범정(凡丁)이 죽었다. 범정은 권문해의 집안에서 4대째 살아온 종으로서 권문해가 태어나기도 훨씬 전부터 이 집안일을 도맡아 처리해 온 세노(世奴)이다. 범정은 가녀린 여자임에도 그 성품이 굳세고 부지런하여 무슨 일을 하더라도 마음을 다하였으며 일절 기망하는 일이 없었다. 권문해가 태어나면서부터 한 집안에서 함께 살아온 범정의 죽음에 권문해는 가족을 잃은 것만큼이나 큰 슬픔에 빠진다. 범정은 집안일을 돕고, 일을 부리는 종(奴)이었으나 그의 죽음에 시를 지어 애도하였다.

구십에서 여섯을 뺀 팔십 넷에 九旬除六八旬餘
우리 집 일 처리하며 4대를 종살이 하였네 幹事吾家四代奴
주인 위해 너처럼 마음 다하고 부지런한 이 드무리니 爲主忠勤如爾少
전의 일 생각하매 눈물이 소매를 흥건히 적시네 憶前時事淚盈裾

권문해는 종의 죽음 앞에 정성스런 시와 함께 여든넷의 나이까지 장수하며 아들과 딸, 손자까지 두며 누구보다도 온전히 한 평생을 살다간 그의 삶에 경의를 표하였다.
1584년 1월 21일, 종 범정을 부항산(釜項山)에 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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