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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여름날, 고찰 부석사 선방에 별빛이 쏟아지다
김령은 아침으로 죽을 한 그릇 바삐 먹고, 부석사(浮石寺)로 갔다. 겨우 30리 거리밖에 안되어 정오가 되기 전에 도착하였다. 중들에게 밥을 지으라 하고는 경내를 둘러보았다.
아미타불을 안치해놓은 무량수전(無量壽殿)은 웅장한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었다. 양 옆으로는 동서 회랑이 연결되어 있는데, 서쪽 회랑 끝으로 세워진 취원루(聚遠楼)는 높고 시원하게 확 트여 있어 한 눈에 백 여리가 보였다. 첩첩으로 쌓인 여러 산들이 흩어져 있는데, 아득한 시선 가운데 오직 학가산만이 동남쪽에 우뚝 솟아있었다. 옛 사람들이 써놓은 이름이 수없이 많은데, 주신재(周愼齋)가 1542년에 이곳에 놀러 와서 벽에 쓴 글씨는 먹 빛깔이 아직도 완연하게 남아 있었다.
무량수전 남쪽 계단 앞에는 작은 누각이 붙어있고, 그 아래에는 법당이 누각을 등지고 있었다. 그 앞에는 종루가 있고, 종루의 아래에는 놀랍도록 장대한 사천왕상이 호위하고 서있었다.
동북쪽으로는 숲길이 해를 가리고 조릿대가 온 산에 가득하였다. 조사당(祖師堂)에 이르면 처마 밑에 나무 한 그루가 벽 틈새로 뿌리를 내린 채 사계절 푸르름을 자랑하고 있었다. 이 사찰을 창건한 의상대사가 꽂아둔 지팡이에서 가지가 나고 잎이 생겨 수풀을 이루게 되었다고 하였다.
저녁 무렵에 내려와 밥을 다 먹고 선방으로 돌아오니 감실에는 이미 등불이 밝혀졌고 풍경 소리가 울렸다. 서늘한 바람이 그치질 않고 별빛은 난간에 쏟아지는데, 누운 채 동파(東坡)의 시 ‘반룡사(盤龍寺)’를 읊으니 더욱 풍미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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