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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갑 넘어 명나라 황궁을 보고 우물안 개구리를 벗어나다
1617년 11월 25일, 이상길(李尙吉)은 명나라 수도인 북경에 있었다. 동지사로 파견되어 조선에서 출발한 지 3개월이 지났다. 어제가 바로 동지였는데, 황제가 권정례로 하례를 받는 것을 정지하여 의례에 참석치 않았다. 오늘 명나라 조정의 조회가 있어 참가하기 위하여 새벽에 일어나 입궐을 서둘렀다.

듣던 대로 명나라 황궁의 규모는 대단하였다. 이상길은 동쪽의 장안문을 통해 금천교를 건너 승천문으로 들어갔다. 다시 단문을 통과하여 황궁의 정문인 오문 밖에서 앉아 기다렸다. 시간이 흐르자 비단옷을 입은 군인들과 황제를 직접 모시는 여러 신료들 몇 명이 술과 안주를 사들고 분주하게 모이기 시작하였다. 이후 초롱불들이 여기저기서 모이고 떠들썩한 소리가 들리더니 높고 낮은 온갖 관료들이 조복(朝服) 차림으로 허겁지겁 달려 들어가기 시작하였다.

이들이 서두를 때마다 늘어진 패옥(佩玉)이 찰그랑찰그랑 소리를 냈다. 해가 동녘으로 떠오르기 시작하자 품계에 따라 자리를 잡고 서는데, 관료들의 도열하는 모양이 너무 졸렬해서 누가 윗사람이고 누가 아랫사람인지 구분이 되질 않았다. 이상길은 문관 낭료의 아래 자리에 서서 다섯 번 절하고 세 번 머리를 조아리는 예를 행하였다.

의례를 마치고는 길들인 코끼리가 동쪽과 서쪽에 각각 3마리씩 서있는 것을 구경하였다. 저녁에는 광록시(光祿寺) 뜰에 나아가 천자가 내린 술과 안주를 수령하여 돌아왔다. 돌아올 때 황제가 타는 수레에 1번 절하고 3번 머리를 조아리는 예식을 행하였다. 이 과정을 모두 마치고 다시 오문을 통해 나와 숙소로 돌아갔다.

명나라 황궁 밖은 동서로 긴 회랑과 높은 누각이 있고, 종묘와 사직이 좌우로 있었다. 일직선상으로 남쪽엔 대명문이 서쪽에는 서장안문이 있었다. 북경은 궁궐이 장대하고 문물이 화려하며 아름다워 과연 듣던 말과 일치하였다. 병들고 나이든 몸으로 중화의 성대함을 직접 보게 되다니, 식견이 우물 안 개구리밖에 안된다는 비난은 면할 수 있게 되어 이상길은 내심 기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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