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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가 먹이를 먹지 않다
1600년 9월 22일, 얼마 전 김업산에게 도로 빼앗아온 매는 오희문의 집에 온 날부터 먹을 것을 먹지 않았다. 산 닭을 잡아서 주었으나 역시 달게 먹지 않으니, 까닭을 알 수가 없었다. 매를 잘 아는 사람들에게 물어보아도 역시 모두 모른다고 하니 답답한 노릇이었다.

본시 이 매는 김업산에게 맡겨 길들여 사냥을 시키게 하고, 잡은 것을 얼마간 오희문 집에 가져오라고 했던 것인데, 김업산이란 자가 자주 오희문을 속이기에 매를 도로 가져온 것이었다. 그 자는 본성이 미련하고 사납고 불순해서 이전에도 공손치 못한 말이 많았고, 그 자식도 역시 표독했다. 아마 올해도 이 매를 이용해 이익을 올리려 했는데, 오희문이 하루아침에 빼앗아 왔으니 이 매에게 그 분풀이를 한 것이 아닐까 생각되었다. 오희문은 그 생각이 머리에 떠오르자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 그러나 한편으로 생각해보니, 아무리 김업산이 사나운 사람이라 하더라도, 어찌 그렇게까지 하겠는가 하는 생각이 미쳤다. 아무래도 오희문 스스로가 요사이 여러 걱정에 너무 날카로워진 듯하였다.

이 매는 본래 먹이를 잘 먹는 놈이었는데, 이제 비단 먹이를 먹지 않을 뿐 아니라 닭을 묶어 시렁 위에 올려놓아도 잡을 생각조차 하지 않으니, 필시 병이 든 것으로 생각되었다. 그러나 외양을 보면 전혀 병든 매의 모습이 아니니 괴상한 일이었다. 며칠 정도 두고 보다가 참으로 병이 있으면 즉시 김업산에게 돌려보낼 생각이다.

이 김업산이란 자는 마을사람들에게 떠들기를, 누구든지 이 매를 훈련해서 날린다면 내 마땅히 그 사람과 척이 져서 욕할 것이다, 라고 하였다 한다. 오희문이 잠시 그를 의심했던 것도 바로 이 말 때문이었다. 오희문은 먹이를 먹지 않는 매를 근심스럽게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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