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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를 지인에게 팔다
1600년 10월 9일, 오희문은 오늘 사람을 시켜 매사냥을 할 계획이었다. 얼마 전 김업산에게 맡겨 두었던 매를 다시 거두어왔는데, 오희문 집에서 매가 한동안 먹이를 먹지 않아 애태웠는데, 근래 다시 먹이를 먹고 건강해졌기에 오늘쯤 매사냥을 시킬 계획이었다.

그런데 오전에 이웃 안협 고을에 사는 진수가 찾아왔다. 오희문의 매를 사고자해서이다. 매 값을 주면서 팔라고 하는데, 처음에는 팔지 않으려 하였다. 오희문의 매는 덩치도 클 뿐만 아니라 사냥도 아주 잘하는 것이어서 선뜻 팔기가 아까웠던 것이다. 그런데 다시 생각해 보니, 비록 훈련해서 날린대도 집에 매를 잘 아는 사람이 없어 매번 딴 사람의 손을 빌려야 하고, 그러다 보면 잡은 꿩도 서로 나누어야 할 터였다.

더구나 이 매는 일찍이 콧병을 앓았으니 만일 날렸다가 다시 병이 도지면 다시 구제할 방법이 없을 것이었다. 그리고 사냥하다가 만일 도망하기라도 한다면 도리어 본전도 잃을 수 있었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옆에 있던 사람들도 모두 매를 팔라고 권하는 것이 아닌가. 이리하여 오희문은 진수에게 매를 팔았다. 값으로 필목 6필과 백목바지 한 벌, 두루마기 1벌과 정목 2필을 받았다. 거기에 다 나중에 꿩 10마리를 잡아오기로 약속을 하였다.

이 매는 몹시 잘 길러서 새로 털갈이를 하였고, 털빛이 은과 같은데다가 재주도 아주 좋았다. 김업산에게 다시 거두어온 이후 인아가 10여 일 동안 밤낮으로 잠도 자지 않고 훈련시키고 길들였는데, 꿩 한 마리도 잡아보지 못하고 보내게 되었으니 꼭 보물을 잃은 듯하였다. 그러나 매 값을 아주 후하게 받았으니, 이는 참으로 흐뭇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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