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을 그 용도에 따라 여러 가지 이름이 붙는다. 우리가 마시는 식수, 불순물을 제거한 증류수, 탄산가스가 들어 있는 소다수, 광물질이 들어 있는 광천수 등이 그것이다. 여기에 이슬을 받아 만든 감로수, 첫새벽에 길어낸 깨끗하고 시원한 우물물인 정화수, 성경에 나오는 생명수 등등 한이 없다.
조선 시대 양반 집에서는 물을 12가지로 구분해 각각 다른 독에 담아두고 용도별로 사용했다. 이를테면 입춘날 받아둔 ‘입춘수’는 아들을 낳게 한다 하여 부부가 잠자리에 들기 전에 한 잔씩 들이키곤 했다. 입동 열흘 후에 내리는 빗물을 ‘약우수’라 하여 약 달이는 물로 사용했다. 자른 대나무 속에 고인 물은 ‘반천하수’하고 부르며 역시 약을 달이는 물로 사용했다.
물은 위치와 맛에 따라서도 다르게 불렸다고 한다. 서울 북악산을 중심으로 오른쪽 인왕산 줄기에서 흐르는 물을 ‘백호수’, 왼쪽 삼청동 뒷산에 흐르는 물은 ‘청룡수’, 남산에서 흐르는 물은 ‘주작수’라고 각각 이름 붙여졌다. 선비들은 물맛도 까다롭게 구분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물맛이 좋은 물로는 충주의 ‘달천수’가 꼽혔다고 한다. 오대산에서 나와 한강으로 흘러드는 ‘우중수’를 둘째로, 속리산에서 흐르는 ‘삼타수’를 셋째로 쳤다. 같은 물이라도 산꼭대기에서 나는 물과 산 밑에서 나는 물의 맛이 다르고, 바위 틈새에서 나는 물과 모래에서 나는 물의 맛이 다르다고 했다. 흙 속에서 나는 물은 맑으나 텁텁한 맛이 나는 것으로 생각했다. 고인 물보다 흐르는 물을, 양지쪽 물보다는 응달 물을 더 맛있는 물로 쳤다. 황희 정승은 무거운 물을 ‘군자물’이라 하여 맛있는 물로 꼽았다. 율곡 역시 오대산 암자의 일학스님과 함께 물맛을 보는 취미를 즐겼다. 역시 무게로 물맛을 따졌다고 한다.
시기 | 동일시기 이야기소재 | 장소 | 출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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