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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염병으로 괴로워하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어머니와 넋을 잃은 아들
1616년 7월 17일, 저녁때였다. 정희생(鄭喜生)이 발광하여 김택룡의 집으로 뛰어들어 난동을 부렸다. 온 집안이 놀라고 당황해 어쩔 줄을 몰랐다. 택룡은 정희생을 겨우 달래서 돌려보냈다. 택룡이 듣자하니, 그의 집안에 전염병이 크게 발생하여 마을 사람들이 모두 피하고 상대를 해주지 않아 이런 뜻밖의 일을 저지른 것이라고 했다. 택룡은 너무 놀라 어찌 할지 고민했다. 상황이 진정되자 아들 각 등은 모두 사랑에서 머무르고 나머지는 모두 안으로 들어왔다.
다음 날 7월 18일, 정희생이 또 택룡의 집 앞에 나타났다. 그러나 바깥에만 있다가 들어오지 않고 바로 돌아갔다. 밤에 정희생의 어머니가 밤나무에서 목을 매 죽었다는 소식이 들렸다. 택룡은 너무 참혹스럽다고 생각했다.
7월 19일, 택룡은 아침에 정희생의 어머니가 죽었다는 것을 확인하고 다시 놀라고 슬퍼했다. 그래서 심씨 일가의 여러 사람들을 역정(櫟亭)으로 불러 모이도록 한 후, 정희생의 모친상을 어떻게 치를 것인지 의논했다. 모두들 말하길, “정희생이 지난번처럼 크게 광란하면 범접할 수가 없을 것입니다. 모두 힘을 합해 그의 손을 등 뒤로 단단히 묶어 두고 나서야 일을 치를 수 있을 듯한데요.”라고 했다.
택룡의 아재 심인이 택룡을 찾아와 정희생의 어머니를 어떻게
염습(殮襲)
할 지에 대해 의논하고 갔다. 다음 날 20일에 심운해 등이 정희생을 묶어 결박했다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하루가 지났다. 누가 와서 택룡에게 전하길, 정희생은 묶어 두었더니 더 이상 소란을 피우지 않아 그 사이에 정희생의 어머니를 입관하고 염했다고 하였다.
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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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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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이야기
출전 :
조성당일기(操省堂日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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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김택룡(金澤龍)
주제 : 마을과 서원, 질병과 대책
시기 : 1616-07-17 ~ 1616-07-21
동일시기이야기소재
장소 : 경상북도 안동시
일기분류 : 생활일기
인물 : 김택룡, 정희생, 심인
참고자료링크 :
웹진 담談 27호
웹진 담談 73호
웹진 담談 28호
조선왕조실록
◆ 조선시대 전염병
의료기술이 발달한 현대에도 전염병은 여전히 무섭다. 우리나라도 얼마 전 신종플루로 한바탕 홍역을 치르지 않았던가. 연일 뉴스와 신문에서 그 심각성을 알리는 가운데 국민들은 혹 전염될까 사람이 많은 데는 애초부터 피하는 일이 비일비재했었다. 유치원은 물론이고 학교 직장까지 더 이상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예방조치를 철저하게 하던 기억이 난다.
현대에도 이러한데 조선시대에는 오죽했을까 싶다. 김택룡의 일기에는 전염병에 관한 기록들이 종종 등장한다. 당시 사회는 전염병에 대해 매우 취약했기 때문에 전염병이 발생하면 온 가족이 일단 다른 지역으로 피신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었다. 이렇게 전염병을 피해 온 가족들이 다른 곳으로 가서 임시로 거처하는 것을 ‘피우(避寓)’라고 하였는데, 곧 이러한 피우의 기록이 택룡의 일기에도 여러 곳에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조선 후기의 주된 전염병은 콜레라, 두창, 성홍열, 장티푸스, 이질, 홍역 등이었다고 한다. 이 중에서도 백성들을 가장 공포에 떨게 한 것은 콜레라와 마마라고도 불렸던 두창(천연두)이었는데, 질병사 연구에 따르면 18, 19세기 전염병의 유행은 세계적인 현상이라고 하며 조선 역시 이 유행에서 결코 벗어날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 일기에서 정희생의 일가가 걸린 전염병의 실체가 정확하게 무엇이었는지는 잘 나타나지 않는다. 다만 사람들이 접촉을 피하고 상대해주지 않았다는 사실에서 당시 가장 두려워했다는 콜레라나 마마가 아니었을까 싶다.
김택룡의 집에 난입해 난동을 부린 정희생은 택룡의 친척이었다. 그 집안이 전염병에 걸리는 바람에 마을 사람들이 상대해주지 않자 홧김에 택룡의 집에 쳐들어가 난동을 부렸던 것으로 보인다. 설상가상으로 다음 날 그의 어머니가 목을 매 죽었다. 택룡을 비롯하여 그와 관련한 사람들이 모여 비상대책 회의를 했는데, 바로 난동 부리는 정희생을 어떻게 진정시키고 그의 어머니를 염습할 수 있을까 하는 문제 때문이었다. 그들이 내린 결론은 정희생을 잡아 묶은 다음 꼼짝 못하게 한 후에 일을 거행하는 것이었다. 어찌어찌해서 정희생의 어머니를 염하고 입관하는 일은 성공하게 된다.
조선시대 전쟁보다도 무서웠다던 전염병, 인근에 발생하면 당시 수많은 사람들은 죽음의 공포와 싸우며 전전긍긍했다. 공포심과 두려움이 극에 달할 땐 인정도 동정심도 뒷전일 수 밖에 없었던 현실이 씁쓸하게 남는다.
◆
원문 이미지
◆ 원문 번역
1616년 7월 17일 맑음
저녁에 정희생鄭喜生이 발광하여 우리 집으로 뛰어들어 난동을 부렸다. 온 집안이 놀라 어쩔 줄을 몰라했다. 겨우 달래서 돌려보냈다. 그 집안에 전염병이 크게 발생하여 사람들이 모두 피하고 상대를 해주지 않아 이런 뜻밖의 일을 저지른 것이다. 놀라서 어찌 해야 할 지 모르겠다.
1616년 7월 18일 맑음
정희생이 또 바깥에 와서 들어오지 않고 바로 돌아갔다. 밤에 그의 어머니가 밤나무에서 목을 매 죽었다. 참혹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다.
1616년 7월 19일 맑음
아침에 정희생의 어머니가 죽었다는 것을 듣고 매우 놀랐다. 심씨 일가의 여러 사람들을 역정櫟亭에 모이게 해 상을 어떻게 치를 것인지 의논했다. 정희생이 지난번처럼 크게 광란하면 범접할 수가 없다. 모두 등 뒤로 단단히 묶어 두고 나서야 일을 치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심인 아재가 왔다가 상렴喪殮할 일에 대해 의논하고 갔다.
1616년 7월 20일 맑음
심운해 등이 정희생을 묶어 결박했다고 한다.
1616년 7월 21일 맑음
정희생은 묶어 두었더니 소란을 피우지 않는다고 한다. 정희생의 어머니를 입관하고 염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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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발낭 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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