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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나연
하원준 감독님과 강선주 작가님에게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두 분 모두 저희 스토리테마파크와 연관이 깊은 분들이십니다. 하원준 감독님께서는 웹진 담담의 제1호부터 참석해주셨고, 강선주 작가님께서는 대학생 공모전 멘토로 꾸준히 참석중이시며, 제1회 시나리오 공모전 대상 수상자 분이십니다. 그렇다보니, 저희에 대한 애정도 남다르시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시나리오를 쓰시는 입장에서 두 분께 이런 질문을 드리고 싶습니다. 역사 소재를 가지고 시나리오를 쓰신다면 혹시 생각해 두신 배우분이 있으신가요? 염두에 두신 배우분이 있으시면 살짝 말씀 부탁드려도 될까요?
강선주
저의 짧은 경험상 캐스팅은 시나리오를 쓰는 것보다 훨씬 더 힘든 일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누구든 해주시기만 하신다면 정말 감사할 것 같습니다!!
하원준
앞서 말씀드린 류작을 주인공으로 한 토호세력과의 싸움을 다루는 이야기를 하게 된다면, 류작의 역할로 어울리는 배우는 〈조진웅〉입니다.
조진웅 배우(출처: SBS, 드라마 〈뿌리깊은 나무〉, 2011)
박나연
다음은 역사 소재의 시나리오를 쓸 때, 창작자로서의 고민에 대한 질문입니다. 앞서 조경란 선생님에게 드린 질문의 연장선일 수 있는데요. 시나리오를 쓸 때 창작자로서 사실과 상상이 충돌하는 부분이 있으실 것이라 생각이 됩니다. 이럴 때, 창작자로서 역사왜곡에서 벗어날 수 있는 본인만의 방법이 있을까요?
하원준
먼저, 기록된 역사를 살펴보고, 기록에서 극적인 사건이 무엇인지 정하게 됩니다. 이때, 기록이 없거나, 빈약할 때는 기록에 대립되지 않는 조건 하에 극적인 사건을 허구적으로 만들어냅니다. 저는 이를 기록과 기록 사이의 허구 스토리 창작이라고 합니다. 이러한 스토리는 마치 샌드위치를 만드는 것과 비슷합니다. 두 개의 빵은 기록이고, 그 안의 내용은 허구 창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기록을 흔들리지 않는 중심으로 위치해두면, 역사 왜곡보다는 스토리의 픽션을 강조하는 창작이 될 수 있습니다.
강선주
오! 이건 정말 어려운 질문인 것 같습니다. 사실상 창작자들에게 역사 왜곡은 어쩔 수 없는 영역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정도의 차이일 뿐이죠. 대중들은 시대극을 통해 재미있게 재해석한 역사를 보고 싶어 합니다. 오직 진실만이 궁금했다면 영화나 드라마가 아니라 역사책이나 다큐멘터리를 찾아봤을 테니까요. 그렇기 때문에 더욱 더 진실과 왜곡 사이의 허용 가능한 기준을 잡는 것이 어렵습니다.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 2012
지금까지 많은 시대극들이 역사에 기록되지 않은 영역의 앞뒤 상황으로 유추하고, 공백의 시간을 상상력을 발휘하여 창작하는 방식으로 왜곡을 피해갔습니다. 대표적인 작품이 〈대장금〉과 〈광해, 왕이 된 남자〉입니다. 하지만 늘 이렇게 피할 수만은 없는 법입니다. 그래서 가장 선행되어야 하는 일은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입니다. 창작자는 자신이 다루는 소재에서 역사를 기반으로 한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에 대해 확실히 인지를 하고 있어야합니다. 그리고 진실과 다르게 창작된 부분에 대한 이유와 타당성이 존재해야 합니다. 재밌어서, 웃겨서라는 감정적 이유의 왜곡은 질타의 대상이 되곤 합니다. 창작일지라도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이유를 뒷받침되어야 관객들은 설득시킬 수 있지 않을까요.
박나연
하원준 감독님께선 1화~20화까지 [선인의 일기, 한편의 영화를 만나다]를 연재해주셨는데요. 1화 서찬규가 매산 홍직필 선생을 찾아뵙고 사제지간의 관계를 맺는 내용을 영화 〈굿윌헌팅〉과 연관하여 설명해주신 것을 시작으로 조선의 목수와 피노키오 제페토 할아버지의 만남까지 총 20편의 선인의 일기와 현대 영화를 소개해주셨습니다. 개인적으로는 12화 조선의 여인에서 고단한 조선의 여성을 위로하는 의미로 소개해주신 영화 〈안토니아스 라인〉이 제일 기억에 남습니다.
과거 일기와 현대 영화의 접목이 매우 흥미로운데요. 연재하신 내용 외에 선인의 일기와 영화가 만나는 흥미로운 소재를 하나 더 소개해주세요.
하원준
하나의 소재를 선택한다면, 경상감사 조재호의 영영장계등록에 기록된 1751년 안음현 살인사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건의 내용과 사건 해결의 과정이 흥미로웠고, 이 사건은 인기 드라마였던 〈비밀의 숲〉에서 검사 황시목의 치밀하고, 촘촘한 수사를 떠올리게 하였습니다. 그리고,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라쇼몽〉처럼 진실의 입체성, 시점과 시각의 차이에 의한 사건 본질의 해석을 생각하게 해주었습니다.
드라마 〈비밀의 숲〉, 2017(출처: tvN)
박나연
강선주 작가님께선 제1회 영화 시나리오 공모전의 대상(수운서생)을 수상하셨는데, 이후 제작과정이 어떻게 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제1회 전통 기록문화 활용 영화 시니라오 공모전〉 대상 수상
강선주
〈수운서생〉은 현재 쇼박스에서 판권을 구입한 상태입니다. 〈수운서생〉은 애정이 많이 담긴 작품이라 저도 빨리 진행이 되면 좋겠지만, 현재 제가 다른 작품을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라 조금 늦어지고 있는 상태입니다. 영화 시나리오로 작성된 〈수운서생〉은 아마도 드라마로 매체를 변경될 가능성이 크며, 내년에는 대본화 작업에 들어가지 않을까 예상하고 있습니다.
박나연
강작가님께서는 78호의 원고에서 한 사건을 등장인물(국왕, 중전, 좌의정, 후궁, 에필로그 새 국왕까지)의 시선에 따라서 이야기를 써주셨는데요. 이 원고의 등장하는 인물들의 실제 모델은 누구인가요?
웹진 담談 78호 〈숨겨진 빌런〉(출처: 한국국학진흥원_스토리테마파크)
강선주
저는 ‘숨겨진 빌런’이라는 주제로 〈고백〉이라는 이야기를 창작하였는데요, 그 이야기의 실제 모델은 매우 많습니다. 제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기도 하고, 드라마 속에 등장하는 캐릭터이기도 하고, 역사 책 속 누군가이기도 합니다.
시대극의 매력은 과거를 통해 현재를 풍자할 수 있다는 것, 같은 사실일지라도 누구의 시선으로 상황을 바라보느냐에 따라 극명하게 다른 해석을 할 수 있다는 점 같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고백〉은 진짜 진실보다 각자의 가치관 안에서 내리는 결론이 더 큰 진실이 된다는 메시지를 담고 싶었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 주변에는 많은 루머들이 떠돌고 있습니다. 우린 진짜 진실이 무엇인지 알 수 없지만 ‘아마 그런 걸 거야.’라는 식의 개인적 진실을 가지게 되겠죠. 다만 슬픈 것은 그런 개인적 진실들이 시간이 지나면 필요에 의해 정치적으로 이용된다는 사실입니다. 그 사람들이 바로 ‘빌런’이겠죠. 빌런들은 ‘진짜 진실’보다 필요에 의해 ‘각색된 진실’로 사람들을 현혹합니다. 그것이 현재 우리의 상황이지 않을까요? 저는 이러한 상황을 과거의 왕이라는 시대적 배경을 이용해 풍자하고 싶었습니다.
박나연
정용연 작가님께 만화(웹툰)의 제작 방법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리고 싶은데, 독자들을 위해 작업하실 때 어떻게 하시는지, 진행 방식에 대한 간략한 설명 부탁드릴게요.
웹진 담談 19호 〈휴가〉_친정 나들이(출처: 한국국학진흥원_스토리테마파크)
정용연
저는 시대에 뒤떨어져서인지 아직까지 출판만화를 그리고 있습니다.
웹툰을 창작의 방식으로 삼고 있진 않아요. 다만 필요에 따라 웹툰을 그리기도 합니다. 하지만 대부분은 출판만화에 있는 컷들을 편집하여 스크롤로 만들지요. 앞서 이야기한 “친정 나들이”가 그렇습니다.
박나연
네이버나 다음 웹툰, 카카오페이지 등에서 다양한 역사소재 웹툰이 많은데요. 네이버 웹툰에는 무협/사극이란 장르로 6편의 웹툰이 연재되고 있고, 카카오웹툰에도 매화꽃그늘, 바리공주, 서천화원 등의 역사 소재 웹툰이 연재되고 있습니다. 이처럼 역사 소재 웹툰은 판타지적 요소가 가미되며 대중이 흥미로워하는 소재라 꾸준히 많은 작품이 연재되는 것 같습니다. 웹툰이란 분야에서 ‘역사’ 소재가 유행하는 혹은 각광받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정용연
역사가 유행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웹툰이 아닌 만화, 소설, 영화, 드라마 등에서도 역사를 소재로 한 작품들이 많이 발표되고 있지요. 왜냐면 역사는 콘텐츠의 보고니까요. 월탄 박종화가 역사소설가로 기억되듯 저 역시 역사만화가로 자리매김 하고자 합니다.
박나연
현재 진행하고 있는 전쟁 관련 역사 만화를 작업하신다고 알고 있습니다. 전쟁에 대한 소재로 그리신다면 갑옷 등의 복식, 무기류, 전투방법 등 시대적 고증이 많이 필요로 할 것 같다고 생각이 됩니다. 이와 같은 역사적 고증은 주로 어떤 방식으로 해결하시는지 궁급합니다.
『화력조선』(출처: 국립진주박물관)
정용연
얼마 전 진주박물관에서 출간한 『화력조선』 같은 도감을 사보기도 하고 전쟁 박물관에 가기도 합니다. 전쟁 관련 유튜브 방송을 보기도 하지요. 역사 만화를 그리는 동료 작가들이 고증오류를 짚어주기도 하는데 한계가 있습니다. 어차피 당시대를 살아보지 않은 이상 완벽한 고증은 할 수 없지요,
박나연
주로 참고하는 자료가 있으실까요?
정용연
고전번역원에 들어가 자료를 찾아보곤 합니다. 2019년 출간한 “목호의난”을 그릴 땐 고려사와 고려사절요를 다운받아 모니터에 띄워놓고 작업 했습니다. 조선시대를 무대로 한 작업을 할 땐 신증동국여지승람을 찾아보곤 하지요. 책을 살까 싶었지만 굳이 살 필요가 없더라고요.
* 다음호에 계속
시기 | 동일시기 이야기소재 | 장소 | 출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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