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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의 말

선인들의 지혜로운 재테크

끝이 보이지 않는 팬데믹 속에서 서민 경제의 어려움은 나날이 심각함을 더하고 있습니다. 많은 나라에서 경제와 소득 분배의 패러다임을 새롭게 준비하려는 것은 팬데믹 이후 그 경제적, 사회적 변화는 예측과 상상을 훨씬 뛰어넘을 것으로 판단되기 때문입니다.

선거의 계절은 그 와중에도 어김없이 돌아오고 유권자들은 언제나처럼 두 가지 점에서 놀라움을 느낍니다. 많은 정치 후보자들의 재산 규모가 서민들의 예상, 또는 상상을 뛰어넘는다는 사실과 재테크에서의 불법 사례들이 너무 많이 드러난다는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현상들이 정치에 대한 불신이나 재테크에 대한 부정적 관점, 또는 상대적 박탈감으로만 이어져서는 안될 것입니다. 생산과 소비, 소득과 부의 분배라는 경제 활동은 사회 구성원 모두의 권리이며 개인과 가정을 성장시키는 기본 방법입니다. 정치 후보자들이 해온 재테크의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것과 더불어 어떻게 지혜롭게 재테크할 것인지를 실천하는 것은 우리 모두의 과제입니다.

조선시대 선비들은 재테크에 대해 어떠한 지혜와 철학을 가지고 있었으며, 어떠한 기록들을 남겼을까 하는 질문을 담아 이번 호를 기획했습니다. 농업 경제를 중심으로 하고 있었지만, 상업과 유통은 조선 사회를 운영하는 주요한 체계였습니다. 선비들 또한 재산의 운영을 매우 중요하게 다루었던 많은 기록과 사례들에서 선인들의 재테크 지혜를 배우는 웹진으로 구성해 봅니다.

강선일 선생님은 〔조선 선비들의 슬기로운 화식(貨殖) 생활〕에서 조선의 선비들은 왜 뽕나무를 심으려 했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집니다. 『해동화식전(海東貨殖傳)』을 쓴 이재운의 글을 빌어 치산(治産)을 잘해 재물을 늘리는 것, 아끼고 절약하는 것, 변화를 일으켜 형통하는 것, 고생을 참고 근면하게 형통하는 것 등의 선인들의 재테크 방안을 설명합니다. 유학적 가르침과 현실적 문제 사이에서 고민해야 했던 선비들은 적당한 치산의 방안을 궁리해야 했고, 물욕에 휘둘리지 않도록 늘 경계해야 했던 모습들을 정약용의 편지와 오희문의 『쇄미록(𤨏尾錄)』의 내용으로 이야기합니다.

박영서 작가는 〔CEO 김 생원의 운수 좋은 날〕에서 재테크를 위해 동분서주하는 김 생원의 이야기를 단편 영화처럼 펼쳐 보입니다. 닭장을 치고 병아리를 헤치는 개를 쫓고 벌을 치고 옥답을 거래하고.…이윤을 추구하지 않는다는 통념과는 달리 선비들은 가족과 가문 공동체를 위해 재산을 합리적으로 경영할 의무가 주어져 있었습니다.

이달의 일기의 권숯돌 작가님은 오희문의 일기인 『쇄미록』를 기반으로 〔거져 크는 돈나무〕라는 웹툰 작품에 선인들의 재테크 풍경을 담아주셨습니다. 매 그물을 쳤지만, 미끼로 쓰는 닭만 잃은 채 허탕 치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제사까지 지내고, 길들여 사냥을 시키려고 매를 맡기고. 거져 크는 돈나무가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마음이 전해집니다.

미디어로 본 역사 이야기의 홍윤정 작가님은 〔괴물이 오기 전에〕에서 대선을 앞두고 누구를 지지할 것인가 하는 고민을 씨앗으로 글을 펼칩니다. 2012년 개봉되어 대동법을 둘러싼 광해군의 이야기를 다룬 〔광해, 왕이 된 남자〕, 경제 개혁가이었던 정약용의 자식들 처세에 대한 마음이 담긴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를 다룹니다. 그리고 드라마 〔추노〕의 내용을 통해 조선시대 선비들의 재산 경영의 맥락을 설명합니다.

나무판에 새긴 이름, 편액은 600여 년 동안 살았던 안동 김씨 집성촌인 사촌마을에 있는 〔나눔과 베풂을 실천하다, 만취당(晩翠堂)〕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만취당(晩翠堂)은 퇴계 이황의 제자 만취당(晩翠堂) 김사원(金士元, 1539∼1601)이 학문을 닦고 후진을 양성하기 위해 건립한 건물입니다. 김사원은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학문을 닦은 선비로서 의병을 일으켰습니다. 그 외에도 굶주린 이들을 위해 창고를 열어 죽을 주거나 곡식을 주는 등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실천한 많은 일화를 남겼습니다. 권력이나 재력을 중요하게 생각하기보다 학문하는 즐거움을 최우선으로 두고 살며 어려운 이들에게 나눔과 베풂을 실천하고 살았습니다.

이번 호의 〔스토리이슈〕에는 ‘제7회 전통 기록문화 활용 대학생 콘텐츠 공모전’ 〔최종 8팀의 오리엔테이션 현장 스케치〕의 글을 담았습니다. 공모전의 오리엔테이션은 ‘한국국학진흥원 인문정신연수원’에서 진행했습니다. 공모전 소개, 아이스브레이킹, 팀별 회의와 역사 자문, 기획서 작성 교육과 발표 등의 과정을 스케치하였습니다.

두 번째 코로나의 여름에서 세계는 폭우와 물난리, 폭염과 물난리를 겪고 있습니다. 장마다운 비도 별로 없이 폭염 속에 8월이 시작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1년 중에 가장 많은 꽃이 숲과 풀밭에 피어나는 때이기도 합니다. 아카시아, 밤나무, 산딸나무, 층층나무, 조팝나무, 노각나무, 치자나무, 함박꽃나무, 으아리, 나무딸기, 그리고 모란과 작약. 산과 숲에는 유난히 뜸부기와 뻐꾸기가 요란스럽고 소나기 내린 날의 저녁에는 맹꽁이와 개구리들이 밤이 새도록 난리법석입니다.

그럼에도 여름은 폭염 속에서도 농사의 계절이라 농민들의 발길은 끝도 없이 반복되고 공장의 기계소리 또한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부지런하고 정직하게 노동하여 자신을 성장시키고, 가정을 꾸려나가며 지혜롭게 재테크를 운영하는 모든 분들이 풍요로운 결실을 거두는 가을을 저희 웹진 담談 편집위원들은 독자분들과 함께 기다려 봅니다.




편집자 소개

글 : 공병훈
공병훈
협성대 미디어영상광고학과 교수. 서강대 신문방송학과에서 앱(App) 가치 네트워크의 지식 생태계 모델 연구에 대한 박사논문을 썼다. 주요 연구 분야는 미디어 비즈니스, PR, 지식 생태계이며 저서로는 『4차산업혁명 상식사전』등이 있다.
“토지세 과다부과사건의 전말 - 담당 아전의 농간으로 드러나다”

김택룡, 조성당일기,
1617-03-13 ~ 1617-03-25
1617년 3월 13일, 김응희가 문단(文壇)으로 가서 그 편에 충의위 이절과 좌수 황열에게 소식을 전했더니, 김택룡에게 답장이 왔다. 김응희의 전세[田稅, 논밭의 세금 즉 토지세]를 결정할 때 경작한 수량을 지나치게 많게 하였는데, 이것은 서원[書員, 세금담당 아전] 김국(金國)이 농간을 부렸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황열과 김개일이 김택룡을 찾아 와서 함께 대화를 나누었다. 5일 뒤 3월 18일, 김택룡은 별감 김개일에게 편지를 보내어, 세금담당 아전 김국이 시경[時耕, 진전이 아니라 현재 경작하고 있는 토지]의 수량을 지나치게 많이 책정한 것에 대해 그 사정을 물어봐달라고 했다.
3월 24일, 김택룡은 풍종을 영주 군내로 보내 별감 김개일에게 말을 전하도록 했다. 세금담당 아전인 김국을 보내주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다음 날 3월 25일, 아침에 풍종이 영주 군내에서 와서 김택룡은 별감 김개일의 답장을 받을 수 있었다. 편지에는 세금담당 아전 김국을 보내 전결[田結, 논밭의 조세]의 부풀린 수량을 조사하라고 시키겠다는 말이 있었다. 김택룡의 답세(畓稅)는 읍인(邑人)이 75복(卜) 7속(束), 명이(命伊)가 28속(束)을 속여서 숨기고 명산호(命山戶)에게 이송하였는데 지금 되돌려 보낸다고 하였다. 이것은 김응희와 호노[戶奴, 중요한 일을 도맡아 하는 노비]의 일인데, 제대로 처리하지 못했으므로 김택룡은 매우 통탄스러워했다. 시기[時起, 현재 농사를 짓고 있는 논밭]도 역시 30여 복(卜)을 더 부풀려 기록해놓았으므로 모두 없애버리기로 하였다. 세금담당 아전 김국은 유숙하였다. 김택룡은 김응희와 상의해 처리하려 하였지만, 김응희가 김 참판 장례에 석회를 굽는 일 때문에 미움을 받아 구속되어 있기 때문에 자세한 상의는 미룰 수밖에 없었다.

“지방 수령과 양반의 기싸움”

김광계, 매원일기,
1634-10-08 ~ 1634-11-23

1634년 김광계가 살던 예안 지역은 큰 사업을 앞두고 있었다. 토지의 비옥도와 면적을 조사하는 조선시대의 토지 조사, 양전(量田)이 예정되어 있었던 것이다. 양전 결과에 따라 납부해야 하는 세금 액수가 크게 달라지기 때문에 양전 사업은 상당히 민감한 문제였고 지방관과 거주민들 사이에 충돌이 일어나기도 쉬웠다.
양전을 앞두고 새로 부임한 예안 현감 남연은 양전 실무를 담당할 사람으로 김광계의 친척 김확을 지명하려 했다. 김확은 김광계와 촌수는 멀어도 자주 왕래하며 친하게 지내던 사이였기에 김광계와 친지들은 크게 걱정한다. 일단 양전 사업과 연관되면 농민 및 지주들과 현감 사이에 끼어 고생하며 비난받을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다행히 김확은 양전도감 지명을 피해갈 수 있었다. 그러나 이후 10월 들어 양전 사업이 실제 실시되는 과정에서 역시 토지 측량 문제로 양전도감 측과 지역민들 사이에 갈등이 생겼다. 김확과 김광계의 형제들은 조정에서 내려 보낸 양전사와 직접 이 문제를 상의하려 시도했다. 특히 김광계의 동생 김광악은 양전 결과에 대해 불만이 컸는지 현감 남연에게 함부로 주사를 부리기까지 했다. 분노한 예안 현감 남연은 김광계의 동생이자 김광악의 형인 김광보를 양전도감으로 임명하고, 이어서 다음 달에는 김확을 좌수로 삼겠다는 임명서 까지 내려 보냈다. 현감은 예안 지역의 유력 가문 출신들을 활용해 양전으로 동요된 분위기를 통제하려 했을 가능성이 높다.

“노비를 죽인 것은 재산을 줄인 것이니 살인죄에 해당하지 않는다”

조재호, 영영일기, 1752-03-17 ~

1752년 3월 17일, 진주(晉州)의 토호(土豪)인 하수륜(河壽崙)이 병인년(1746) 2월 17일 밤에 그의 계집종 만단(萬丹)의 남편인 유대은악(劉大隱岳)을 구타하여 그 자리에서 죽이고 시신의 목을 매달았다가 만단의 방 안에다 끌어다 두는 사건이 발생하였다. 그러다가 유대은악의 형인 유봉안(劉奉安)의 고소장으로 인하여 전례에 따라 사건의 진상이 밝혀진다. 그러나 유대은악은 노비로서 주인이 식구를 줄이려 계획한 것이니 하수륜의 죄악은 전례에 따르면 살인(殺人)은 될 수 없고 독란(瀆亂)의 죄에 해당하였다.

“소작료가 걷히지 않는 논, 상황 조사를 시작하다”

김택룡, 조성당일기,
1617-09-27 ~ 1617-10-08

1617년 9월 27일, 김택룡이 종손(從孫)이를 농사짓는 논이 있는 마평(馬坪)에 보냈다. 또 그 곳에는 다른 사람이 농사짓는 전답 두 곳도 있는데 그 동안 대가는 커녕 요역과 부세도 얻을 수 없었기 때문에, 김택룡은 김응희에게 양전행심책(量田行尋冊)을 가지고 가서 살펴보라고 청했다. 아울러 별감 이여함에게 사표(四標)를 찾아 조사해보라고 요청했다. 그 결과 양전[量田, 논밭을 측량]할 때 복만(卜萬)의 전답으로 측정되었던 것을 다른 사람이 경작하여 먹고 있었음을 알았다. 김택룡은 서서히 찾아서 바로잡아야 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10월 4일, 김택룡은 아침에 풍종을 도촌에 보냈다. 마평(馬坪) 전답 두 곳을 권굉(權宏)의 노비 윤복(允卜)과 이성간(李成榦)의 노비 일년(一年), 그리고 김 서방이라고 칭하는 여러 사람이 갈아 먹은 지 오래 되었는데 세를 받지 않았기 때문에, 가서 부르게 한 것이다. 풍종이가 와서 고하길, 모두 모레 오겠다고 했다 하였다.
10월 8일, 아침에 김호학(金好學) · 윤복(允福)이 마평 전답 일로 왔기에, 상황을 깨우쳐 보내며 부세(賦稅)를 내라고 명령했다.

“매 그물을 쳤으나 허탕을 치다”

오희문, 쇄미록, 1598-10-08

1598년 10월 8일, 오희문은 아침 일찍부터 앞뜰에 있는 밭에서 수확한 팥을 두드렸다. 모두 1석 2두가 났는데, 이 중 2두는 언명의 집에 주었다. 언명이는 춘금이를 데리고 아침에 황촌으로 건너가서 둔전 곡식 두드리는 것을 손수 감독했다.
팥 타작을 마치자 오희문은 퍼뜩 생각나는 것이 있었다. 지난달 이맘때쯤 매 그물을 쳐 놓았는데 여태까지 한 마리도 잡지 못하였다. 그나마 최근에는 매가 잡혔는지 여부도 확인해 본지 오래 되었던 것이다. 이리하여 종 한 명을 데리고 매 그물을 친 곳에 가 보았다.
가서 확인해 보니, 매를 유인하기 위해 메어 놓은 닭 두 마리가 모두 죽어버렸다. 요 며칠 사이 일이 많아 가보지 못하였으니 아마 먹이를 먹지 못해 굶어 죽은 것이리라. 이 그물에다 미끼로 메어 놓은 닭이 모두 5마리였는데, 그 닭을 모두 잃고 한 마리 매도 잡지 못하였으니 억울하고 분한 일이었다. 게다가 그물을 치고 묶고 하는 수고까지 더하면 이 얼마나 허망스러운 것인가. 오희문은 화가 나서 사람들을 시켜 그물을 모두 걷어 오도록 하였다. 미끼로 쓴 닭이라도 잡았으면 5일 동안 어머니 밥상은 근사하게 차렸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자, 더더욱 아까운 생각이 밀려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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