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16년 5월 9일, 장흥효의 성리학 공부는 꿈속에서 완성되었다. 아무리 논어와 맹자를 들여다보아도, 이황과 김성일, 정구와 같은 선현들의 글을 들여다보아도 이해되지 못하는 부분이 있는 것은 너무 당연했다. 그는 공부하는 내내 그 문제를 궁극적으로 파헤쳐 보았지만 알 수 없는 것들이 분명히 존재했다.
문제는 선현들에게 직접 질문을 할 수 없다는 데 있었다. 이미 그들은 고인이 된지 오래되었으므로 남아 있는 선현들의 글 속에서 스스로 찾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장흥효에게는 자신만의 독특한 공부 방법이 있었다. 바로 꿈이었다.
하루는 꿈에 학봉 김성일 선생께서 나오셔서 집에서 도(道)를 강론하셨다. 이틀 뒤에는 꿈속에 한강 정구 선생님을 모시고 산에 들어가 약초를 캤다. 다음날에는 꿈속에 북송시대 유명한 유학자였던 소순이 나타나 집 근처의 상이 나서 하관하는데 호상(護喪)을 하고 있었다.
그는 연일 세 번이나 꿈속에 나타난 선현들을 보고 자신의 공부가 미진한 것인지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특히 한강 정구 선생께서 몸소 약초를 캐서 자신에게 보여준 것은 장흥효 자신의 마음속 병을 고치고자 하는 선생의 깊은 마음이 담겨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하였다. 그래서 장흥효는 삼가 충(忠)과 서(恕) 두 글자로 마음을 치료하는 약방(藥方)으로 삼고 이 마음을 죽을 때까지 계속하면서 성현께서 타일러 주신 말씀으로 자신을 위로하였다.
출전 : 경당일기(敬堂日記)
저자 : 장흥효(張興孝)
주제 : 꿈
시기 : 1616-05-09 ~ 1616-05-14
장소 : 경상북도 안동시
일기분류 : 생활일기
인물 : 장흥효, 이황, 김성일, 정구, 소순
1925년 3월 27일. 새벽에 일어난 남붕은 치성을 드린 후 잠(箴)과 『춘추』 경문을 외웠다. 또 「팔일편」 4장과 「이인편」, 「공야장편」을 끝까지 외웠다. 그리고 잠시 눈을 붙였다. 아침에 다시 눈을 뜬 남붕은 모친에게 문안드리고 사당을 참배하였다. 그리고 책상에 앉아 「공야장편」을 외웠다. 일과를 읽고, 아이 3명에게 수업하였다.
수업을 마치자마자 남붕은 『논어』를 외우기 시작했다. 작정한 바가 있었는데, 오늘은 무슨 일이 있어도 끝내기로 했기 때문에 집중해서 외웠다. 오전 11시경이 되어 남붕은 「공야장편」 제5과를 20번 읽고 책장을 덮었다. 이로써 작년 11월 1일부터 읽기 시작한 『논어』 20편을 모두 20번씩 외우는 일을 5개월 만에 모두 마쳤다. 날로는 150일이 걸린 것이다.
1924년 11월 1일 남붕은 『논어』 20편을 모두 20번씩 외우기로 결심했었다. 그러나 정월에는 명절 인사를 다니느라 분주했고, 다른 책을 연이어 외우느라 한 달의 반을 보내고 말았다. 2월에는 다시 마음을 잡고 외우기 시작했으나 2월 20부터 3월 6, 7일까지 4촌 자형(姊兄) 이선오(李善吾)가 봉화군 석포면(石浦面)에서 오고, 손부의 친부인 사돈 이능성(李能誠)이 찾아와 접대하며 어울리느라 낮 공부는 전폐하고, 새벽 공부만 겨우 할 수 있었다. 결국, 정월 그믐 사이 남협(南峽)으로 여행 갔다가 4, 5일 허송한 것을 제외하면 대략 120일이 일이 없어 공부를 하였던 때이고, 150일 동안에 120일을 공부하여 겨우 『논어』 20편을 익히고 외울 수 있었다.
남붕은 작정한 바를 마쳤지만, 마음이 가볍지만은 않았다. 자신의 공부가 이토록 보잘것없으니 옛 선현들과 같은 큰 사업을 어찌 바랄 수 있겠는가. 게다가 어느덧 나이가 예순에 가까워져 정력이 날로 줄어드니, 새로 시작하는 후진이 온 힘을 기울여 읽고 외우는 것처럼 끊임없이 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던 남붕은 이제부터는 공부의 방향을 바꿔 마땅히 본심을 잃지 않도록 착한 성품을 기르는 ‘존양(存養)’과 지나간 일을 되돌아보고 살피는 ‘성찰(省察)’을 첫째 과정으로 삼아서 성현의 문과 길을 엿보는 방도로 삼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출전 : 해주일록(海洲日錄)
저자 : 남붕(南鵬)
주제 : (미분류)
시기 : 1924-11-01 ~ 1925-03-27
장소 : 경상북도 영덕군
일기분류 : 생활일기
인물 : 남붕, 이선오, 이서중
금난수는 막내아들 금각을 유별나게 아꼈다. 금각은 어릴 때부터 총명하여 이미 7살에 『논어』를 읽었다. 그 뒤로도 형들을 따라다니며 공부를 열심히 하는 기특한 아이였다. 금난수는 아이가 어릴 때부터 하루에 책 10장씩을 암기하도록 하였는데, 일견 가혹한 처사인 것 같지만 금각은 책을 곧잘 외우곤 하였다. 금난수는 그런 막내아들을 무척 귀여워하여 임지에도 데려가 여러 어른들에게 인사시켰고, 금각의 총명함을 특별하게 여긴 주위 어른들은 금각이 읽을 책을 직접 구해다 주기도 하였다.
이번에도 금난수는 임지에 금각을 데리고 갔다. 이번에는 『강목(綱目)』, 즉 주희가 지은 『통감강목(通鑑綱目)』을 아들이 읽도록 할 참이었다. 열다섯 살이 되었으니 이제는 좀 어려운 책을 읽을 필요도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아들은 공부를 하는데 자신이 노는 것도 교육에 좋지 않겠다고 여겼는지 금난수는 『강목』을 날마다 7장에서 10장씩 베껴 쓰기로 하였다. 금각은 아버지의 결심을 듣고 자신은 매일 『강목』을 15장에서 17장씩 외우겠다고 하였다. 두 부자의 굳은 약조는 일단 순조롭게 지켜지는 것처럼 보였다.
금난수는 약속한 날로부터 보름쯤 지난 6월 12일까지 『강목』 1권을 베껴 썼다. 또 12일이 지난 24일에는 2권을 베껴 써서 아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6월 말에서 7월 초까지는 손님도 많고 제사도 있어서 다음 책을 베껴 쓸 때까지는 조금 더 기일이 소요되었다. 금난수가 『강목』 필사를 끝낸 것은 8월 12일이었다. 공무로 바빴기 때문에 아들의 공부를 매일 봐 주지는 못하였지만 아버지가 바쁜 와중에도 매일 조금씩 필사해 나간 『강목』을 읽으며 금각은 아버지의 사랑을 물씬 느꼈을 것이다.
출전 : 성재일기(惺齋日記)
저자 : 금난수(琴蘭秀)
주제 : (미분류)
시기 : 1585-06-04 ~ 1585-08-12
장소 : 경기도 고양시
일기분류 : 생활일기
인물 : 금난수, 금각
시기 | 동일시기 이야기소재 | 장소 | 출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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