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진(洛東津)에서 자살 사건이 일어났다. 그런데 자살 사건임에도 옥사가 이루어졌다는 걸 보면 단순한 자살 사건이 아닌 듯하다. 큰아들 익엽이 자세한 내용을 알려 주었다. 어떤 남자가 딸을 데리고 신평(新坪)의 버들숲을 지나고 있는데, 상주진(尙州鎭)에서 나온 사령이라 자처하는 사람이 갑자기 나타나 남자를 결박했다. 그러고 말하기를, “너는 도적이니 도적에게 가하는 형(刑)을 가하겠다.” 라고 하였다.
하지만 결박한 줄은 사령이 보통 사용하는 붉은 오랏줄이 아닌 보통 줄이었다. 가짜 장교였기 때문이다. 가짜 장교는 장물을 수색한다면서 남자가 가진 짐을 다 뒤지고, 이루 다할 수 없는 악형을 가했다. 이에 견딜 수 없게 된 남자는 거짓으로 말하기를, “전 역참의 낙동진 어귀 주막에 재물을 숨겨두었습니다.” 라고 하였다. 이에 세 사람은 배를 타고 낙동진으로 향했다. 낙동진 어귀에 이르자 남자는 딸에게 이르기를, “내가 지금 터무니없는 악형을 당해 죽을 지경이 되었으니 사는 것이 죽는 것만 못하다.” 라면서 그대로 배 위에서 물로 뛰어들어 죽었다.
사람이 많이 오가는 낙동진 어귀에서 이와 같은 사건이 발생했기 때문에 가짜 장교는 남자의 딸을 버리고 도망가 버렸다. 죽은 남자는 상주의 하리(下吏) 박가의 족속이라 박 서리가 이 사건을 맡았다. 시신을 건져 올려 검시하니 상처가 대단했다. 보통 자살사건으로 취급할 사안이 아니었기에 옥사가 열렸고, 도망간 가짜 장교 대신 그의 처와 어미를 잡아 가두었다고 한다. 노상추는 이 모든 흉악 사건이 다 돈의 유통 때문에 벌어졌다 생각하며, 아들에게 돈의 유통을 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한 해 동안 충분한 양식을 재배하지 못하였기 때문에, 다음 해인 1594년 봄에는 사족들도 굶기 시작하였다. 금난수의 처남 조목은 자신의 서자 조수붕을 보내와 자신의 궁색함을 구휼해 달라고 청하였다. 처남의 성격을 생각해 보았을 때 체면을 고려하여 한참 동안 굶으며 참다가 가솔들을 위하여 겨우 청한 것일 터였다. 금난수는 그를 딱하게 여기며 곡식을 보내 주었다.
출전 : 노상추일기(盧尙樞日記)
저자 : 노상추(盧尙樞)
주제 : 범죄
시기 : 1829-06-08
장소 : 경상북도 구미시
일기분류 : 생활일기
인물 : 노상추
시기 | 동일시기 이야기소재 | 장소 | 출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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