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학자료 심층연구는 한국국학진흥원이 소장한 고문헌·고문서 자료 가운데 매년 시의성 있는 주제를 선정하여, 전통적인 문사철(文史哲)은 물론 최근에는 인문정보학까지 아우르는 여러 전공의 연구자들이 함께 심층적으로 파고드는 학제간 융복합 연구 사업입니다.([표] 참조)
가장 큰 차별성은 ‘반복과 축적’에 있습니다. 단발성 개별 연구가 아니라 한 해 동안 같은 자료를 두고 여러 차례(연 3회) 포럼을 거듭하며 논의를 심화시키고, 그 결과를 논문과 단행본으로 완성해 나가는 방식입니다. 또한 관찬사료 중심의 기존 연구와 달리 민간이 소장·기탁한 일기, 간찰, 고문서 등 1차 생활사 자료를 통해 관찬사료가 담아내지 못한 조선시대의 생생한 실상을 복원한다는 점, 그리고 같은 자료를 여러 전공의 시선으로 동시에 조명함으로써 입체적이고 역동적인 연구 성과를 낸다는 점도 다른 연구 프로젝트와 구분되는 지점입니다.
『운창일록(雲牕日錄)』은 19세기 청도지역의 처사형 유학자 운강 박시묵(朴時默, 1814~1875)이 1864년부터 1875년까지 매일의 일상을 기록한 일기로, 총 25권 11책 분량입니다. 강학과 교유, 서원 운영과 훼철, 병인양요와 위정척사 활동, 원납전 납부를 둘러싼 곡절 등 관찬사료에서는 볼 수 없는 19세기 영남 재지사족의 생생한 삶이 담겨 있습니다.
『운창일록』 (출처: 한국학중앙연구원 장서각)
『운창일록』은 한국국학진흥원이 다년간의 번역사업을 거쳐 2025년 총 7책으로 출간한 자료이기도 합니다. 올해는 이 자료를 두고 여섯 분의 연구자가 각각 ▲박시묵의 인물 교유 양상 ▲계회와 향약을 통한 향촌공동체 활동과 교육 지원 ▲성학(聖學)과 소학(小學)의 실천 ▲『운창일록』에 나타난 문학 활동 ▲심학(心學)과 경(敬) 사상 ▲흥선대원군 집권기 청도 유학으로서의 박시묵을 주제로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4월 17일 1차 포럼에 이어 지난 7월 9일 청도 운강고택ㆍ만화정 등 현장에서 2차 포럼까지 마쳤습니다. 10월에 3차 포럼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국역)운창일록』 (출처: 한국국학진흥원)
‘한글, 조선의 내밀한 풍경을 읽다’는 본원이 소장한 옛한글 자료를 통해 조선시대 여성과 서민의 생활문화를 조명하는 주제입니다. ▲한글 기록물을 통한 여성교육 ▲재령이씨 존재종택 장계향의 한글편지가 지닌 국어학적 특징 ▲1907년 국채보상운동에 대한 문학적 대응 ▲조선 후기 민원·매매·분재 관련 한글 고문서 ▲본원 소장 옛한글소설 자료 현황 등을 각각의 연구자가 다루고 있으며, 이 주제는 4월 17일 1차 포럼을 마쳤고, 8월 2차 포럼, 10월 3차 포럼을 앞두고 있습니다.
장계향의 한글편지 (출처: 한국국학진흥원)
“격동기 지방 유림의 대응을 보여주는 『운창일록』”
“2026년은 훈민정음 반포 580돌, ‘가갸날’ 제정 100년, 한글점자 ‘훈맹정음’ 반포 100돌”
『운창일록』은 한국국학진흥원이 오랜 기간 공을 들여 번역해 2025년 7책으로 출간한 성과물입니다. 관찬사료에는 드러나지 않는 19세기 영남 처사형 선비의 일상과 사상, 그리고 서원 훼철·병인양요·원납전 같은 격동의 시대에 지방 유림이 어떻게 대응했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준다는 점에서 학술적 가치가 이미 검증된 자료이기에 선정했습니다.
한글 자료는 본원이 다수의 옛한글 기록물을 소장하고 있고, 그중에는 세계기록유산 아시아태평양지역목록에 등재된 내방가사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무엇보다 2026년은 훈민정음 반포 580돌이자, 1926년 조선어연구회가 훈민정음 창제를 기념해 ‘가갸날’(오늘날 한글날의 기원)을 제정한 지 100년이 되는 해이며, 송암 박두성 선생이 완성한 한글점자 ‘훈맹정음’ 반포 100돌이 되는 해이기도 합니다. 이처럼 한글과 관련하여 뜻깊은 해를 맞아 본원 소장 한글 자료의 가치를 새롭게 조명하고자 이 주제를 선정했습니다.
그간 심층연구를 통해 다양한 성과가 나왔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다시 주목하고 싶은 것은 사업 초창기인 2012년과 2013년에 나온 네 권의 단행본입니다. 『국학자료 심층연구총서 1-도산서원과 지식의 탄생』, 『국학자료 심층연구총서 2-선비의 멋, 규방의 맛』(2012)과 『국학자료 심층연구총서 3-조선 서원을 움직인 사람들』, 『국학자료 심층연구총서 4-목판의 행간에서 조선의 지식문화를 읽다』(2013)가 그것입니다.
『심층연구총서』 시리즈 1~4
이 네 권은 도산서원을 중심으로 한 지식 생산과 강학 활동, 『수운잡방』·『음식디미방』 등 고문헌을 통한 조선 음식문화, 도산서원을 실제로 운영했던 인물들의 관계망, 그리고 목판을 통해 본 조선의 지식문화라는 각기 다른 주제를 다루었지만, 공통적으로 사학·철학·국어학·식품영양학 등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이 한 팀을 이루어 자료를 함께 들여다보고 심도있는 토론을 통한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특히 사업 초창기에는 다양한 분야의 연구자들이 오랜 시간 한자리에 모여 같은 자료를 함께 읽고 치열하게 토론하는 과정을 거쳤기 때문에, 단순한 개별 논문의 합이 아니라 하나의 완결된 시각을 갖춘 좋은 단행본으로 결실을 맺을 수 있었습니다. 이 초기 성과들은 심층연구가 지향해야 할 원형을 잘 보여준다는 점에서 계속 되짚어 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한국국학진흥원이 발간한 국학자료 목록집은 110권이 넘습니다. 이는 각 문중이 본원에 기탁한 주요 자료를 정리한 결과물입니다. 그런데 아직 목록집으로 정리되지 않은 좋은 자료를 기탁해 주신 문중들도 여전히 많이 있습니다. 앞으로는 이렇게 아직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문중 단위의 기탁자료를 발굴하여 심층연구의 대상으로 삼고 싶습니다. 목록집이 그러하듯 개별 자료가 아니라 한 문중이 수백 년간 축적해 온 자료군 전체를 하나의 단위로 조명할 때 그 문중과 지역사회의 삶이 입체적으로 드러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사업은 연구자만을 위한 사업이 아닙니다. 자료의 가치를 발굴하고 이를 학계에 보급하여, 궁극적으로는 대중에게 다가갈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는 것이 본질입니다. 나아가 이렇게 축적된 성과가 전시, 콘텐츠 개발, 지역 문화유산 활용 사업 등 다양한 후속 사업으로 이어질 수 있는 기반이 되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 연도 | 포럼주제 | 발간도서 |
| 2011 | 도산서원과 지식의 탄생 | |
| 선비의 멋, 규방의 맛 | ||
| 2012 | 조선 서원을 움직인 사람들 | 도산서원과 지식의 탄생 |
| 목판의 행간에서 조선의 지식문화를 읽다 | 선비의 멋, 규방의 맛 | |
| 2013 | 도산서원을 통해 본 조선후기사회사 | 조선 서원을 움직인 사람들 |
| 일기를 통해 본 조선후기사회사 | 목판의 행간에서 조선의 지식문화를 읽다 | |
| 2014 | 조선후기 서원의 위상 | 도산서원을 통해 본 조선후기사회사 |
| 임진왜란과 지방사회의 재건 | 일기를 통해 본 조선후기사회사 | |
| 2015 | 일기에서 역사를 엿보다 | 조선후기 서원의 위상 |
| 조선유학의 이단비판 | 임진왜란과 지방사회의 재건 | |
| 2016 | 일기를 통해 본 양반들의 일상세계 | 일기에서 역사를 엿보다 |
| 소송과 분쟁으로 보는 조선사회 | 조선유학의 이단비판 | |
| 2017 | 조선의 서당에서 배우는 사회적 교육의 지혜 | 일기를 통해 본 양반들의 일상세계 |
| 일기의 행간에서 조선의 삶과 문화 깊이 읽기 | 소송과 분쟁으로 보는 조선사회 | |
| 2018 | 분재기에 나타난 조선중기 상속문화와 가족제도 | 조선의 서당에서 배우는 사회적 교육의 지혜 |
| 일기를 통해 본 18세기 대구사림의 일상세계 | 일기의 행간에서 조선의 삶과 문화 깊이 읽기 | |
| 2019 | 성재일기 | 분재기에 나타난 조선중기 상속문화와 가족제도 |
| 해주일록 | 일기를 통해 본 18세기 대구사림의 일상세계 | |
| 2020 | 함벽당간찰 | 성재일기 |
| 모당일기 | 해주일록 | |
| 2021 | 봉경 이원영 | 함벽당간찰 |
| 하와일록 | 모당일기 | |
| 2022 | 조성당일기 | 봉경 이원영 |
| 홍범연의 | 하와일록 | |
| 2023 | 전쟁미시사 | 조성당일기 |
| 일기로 본 사족의 의례생활 | 홍범연의 | |
| 2024 | 경설유편 | 전쟁미시사 |
| 조선 여성의 일상 | 일기로 본 사족의 의례생활 | |
| 2025 | 위기와 대응 | 경설유편 |
| 일기로 보는 도산서원 | 조선 여성의 일상 | |
| 2026 | 운창일록 | 위기와 대응 |
| 한글, 조선의 내밀한 풍경을 읽다 | 일기로 보는 도산서원 | |
| 2027 | 운창일록 | |
| 한글, 조선의 내밀한 풍경을 읽다 |
| 시기 | 동일시기 이야기소재 | 장소 | 출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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